2008년 촛불집회 이후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의제 중 하나가 바로 '소통'이다. 이 소통에 대한 담론들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효과적인 의사전달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제도권 정치와 시민사회가 만나는 합리적 장(場)에 대한 요청이기도 했다. 이 공익광고는 소통을 직접적인 주제로 다뤘다는 점에서 2년 전 요구에 대한 주류사회의 하나의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광고는 분쟁과 갈등을 부정적인 태도로 간주하며 그것을 '마음 속 리모컨'으로 형상화한다. 곧이어 타인의 생각을 인정하는 윤리를 강조하며 '마음의 문을 열어라'라는 요청을 한다.

  최근 몇 년 간 사회적 갈등이 경제적 위기를 자초한다거나, 시위의 폭력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놓았던 행정부와 언론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마음 속 리모컨>이 형성하는 의미는 명확해진다. 다시 말하면, <마음 속 리모컨>은 '갈등'을 해결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봉합하고 숨겨야 할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한국 주류사회가 지니고 있는 전근대적인 사고의 실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전근대성은 '갈등은 나쁜 것'이라는 전제이다. 사실, 갈등은 균형이 깨졌을 때 발생한다. 특히 그 불균형의 원인이 사회의 불합리한 역학이나 현실정치에 있을 경우 발생하는 갈등은 비합리성을 개선하고 사회성 건전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굳이 갈등주의적 관점을 취하지 않더라도, 갈등은 해결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기본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태도는 갈등의 원인이 되는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광고의 서사에서 갈등은 해결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숨기고 봉합해야 할 금기이다.

  제작자가 직접 밝힌 <마음 속 리모컨>의 주제에 대한 설명은 이와 같은 측면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제작자인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직접 '사회공동체-벽 허물기(소통을 통한 사회통합)'가 주제라고 밝히고 있는 이 광고에 '관용과 배려를 바탕으로 사회통합을 이루지 않고서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설명도 추가로 덧붙이고 있다. 비단 강정 해군기지 논란뿐만 아니라, 한진중공업이나 무상급식 논쟁과 같은 일련의 사회적 논쟁에서 등장하는 '사회통합'과 '갈등 봉합' 표현이 함의를 감안할 때, 위 설명은 갈등에 대한 주류사회의 정서를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 '국민총화'와 같은 레토릭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한국 현대사에서 갈등은 해결이 아니라 나타나서는 최대한 빨리 사라져야할 안 되는 불합리한 상황으로 인식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인식이 정치공학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광고가 의도하는 바는 더욱 뚜렷해진다.


<마음 속 리모컨>의 레토릭

  마음 속 리모컨을 끌 것을 요구하는 나레이션과 함께 화면 가득히 '대한민국 사회갈등 비용 연간 300조원' 텍스트가 등장한다. '사회갈등 비용 300조원'이라는 문장은 최근 정치인의 강연이나 인터뷰, 신문기사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사회갈등 비용 300조'는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 이라는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이다. 회원국이 돌아가며 개최하는 회의인 20개국(G20) 정상회의의 경제효과를 최대 24조원으로 추산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혹자는 수치의 과장을 의심한다. 특히 이 보고서가 참여정부의 참여민주주의를 실패로 결론 내렸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그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이 조사의 방법론과 신뢰성에 대한 판단은 이 분야 전문가의 영역이다. 이 글에서 언급하고자 하는 바는 그 수치의 사실 여부가 아니라 저 레토릭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억압'이다.

  최근 몇 년 간 한국 사회 발생한 사회적 대결은 사회적 약자의 실력 행사로 부터 시작되었다. 촛불시위 이후로 용산참사, 쌍용차 파업, 한진중공업과 희망버스, 명동 마리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나 비정규직, 세입자들과 같은 상대적 약자와 비교적 갑의 위치에 있는 자본과의 충돌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이러한 충돌이 빈번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의 정당정치가 사회적 약자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도 볼 수 있고, 법적 행동보다 항의전술이 언론의 집중을 얻어내는 데 더 유효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법적·사회적 제도의 불합리로 인해 약자들이 극단적 행동 말고는 별다른 탈출구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 원인이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소요사태가 표출되는 때, 그 상황을 유발하는 주체로 인식되는 것은 결국 사회적 약자 쪽이다. 즉, 제도적 문제나 자본의 폭력성을 지원하는 구조는 수면 밑에 머물러 있으며, 표면적으로 볼 때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는 이들이 결국 집회나 피케팅을 하는 다수의 사회적 약자들이다. 따라서 이 광고는 이들을 부정적으로 이미지화 시키는 데 일조한다. '사회적 갈등 300조'라는 문구가 오버랩 되는 순간 시청자들과 청취자들은 필연적으로 이슈화된 시위현장을 떠올릴 수밖에 없으며, 이 경제적 피해를 만드는 시위의 참여 주체들이 '사회악'으로 형상화 된다. 


샌델과 대한민국

  그렇다면 대중들은 이 광고를 어떻게 수용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거론할 필요가 있다.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은 이 교양서적은 처세술과 성공학 책들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세를 이루었다. 그 흐름은 지금도 이어져 손꼽히는 추천 교양서로서의 입지를 차지했다. 책과 더불어 그의 실제 강연이 녹화된 DVD가 불티난 듯 팔리고, 샌델의 국내 강연회에서도 대학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작가가 하버드 교수임을 내세운 출판사의 홍보 마케팅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 정도 센세이션이면 뭔가 다른 요인을 찾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 

  사실, 내한 강연을 왔던 샌댈 교수는 그에게 폭발적인 관심과 열광에 의아해 했다. 그의 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거나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지 "의견의 불일치를 받아들이고 도덕적 분쟁을 인정하는 것”을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첫 단계라고 제시한 책이었다. 이 상식적인 내용이 한국에서는 폭발적 인기라는 사실에 샌델 교수는 놀라움을 나타냈다. 동시에 그는 이에 대해 “한국 사회가 그만큼 정의를 갈구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의견 불일치를 받아들이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출발점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큰 과제는 공공논의의 장을 마련해 정의, 공공 선(善) 같은 답하기 어려운 문제를 다루는 것이죠."

- 마이클 샌델, 2010년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말하는 정의는 일종의 공공 선(善)이다. 이 공공 선은 모두가 합리적으로 인정할만한 보편적인 가치 이자 기준으로, 이 공공 선에 대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 끊임없는 토론과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제작되는 공익광고는 공공 선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가치를 내세워야 한다. 하지만 <마음 속 리모컨>은 그 공공 선에 대해 판단이 작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성과 관용이라는 원래의 취지를 배반하는 결과를 낳는 자가당착에 빠져버렸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열풍은 이러한 광고 이면의 의도가 수용자들에게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징후이기도 하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마음 속 리모컨>의 나타내는 '갈등에 대한 혐오'와 대중들의 '정치적인 것에 대한 혐오'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갈등에 대한 혐오'는 '정치에 대한 혐오'를 극복하지 못한 채 사장되고, 결국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이라는 대중적 욕구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그 대중적 욕구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열광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마음 속 리모컨>은 다른 공익광고와 비교해서도 수용자들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하고 별 다른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한 반면, <정의란 무엇인가>는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마음 속 리모컨>과 같은 광고는 의견의 불일치와 갈등을 단정적으로 부정하는 '정의롭지 못한 광고'이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 속 리모컨>은 그 자체로 논리적 결함을 지닌 동시에, 샌델의 책과 달리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요구를 분석해 내는 데에도 실패했다.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의 정서가 이러한데, 타자인 샌델이 이 광고를 보았을 때 그의 반응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시에 그는 그제야 그리 특별하지 않은 그의 책이 어째서 한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는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부터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소통'이라는 의제는 <마음 속 리모컨>이라는 광고와 <정의란 무엇인가>의 열풍 사이에서 이와 같이 재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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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꼼수다>가 지닌 영향력은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대놓고 '반 MB'를 내세운 이 인터넷방송이 히트를 치자 이명박 지지자들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정제원의 발언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 나꼼수에 대한 기성정당의 비판은 철저히 정치공학적이며 영양가 없는 비난에 불과했다. 누구도 공감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잠수함 속의 토끼' 진중권이 입을 열었다.

  진중권은 이미 나꼼수 17화에서 곽노현 교육감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바 있었다. 실제로, 17회에서 19회에 이르기까지 김어준은 이전 편의 '구체적인 팩트에 의한 이해관계의 폭로'와는 다르게 다소 온정주의적으로 접근했다. 노무현이나 한명숙이 당했던 표적 수사와는 명백한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곽노현 사건을 이와 엮어서 그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진중권이 오마이뉴스에 기재한 '곽노현 거울에 비친 진보의 일그러진 초상'은 이 상황을 가장 완벽하게 정리한 텍스트이며, 나꼼수가 사용한 온정주의적 프레임의 오류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덧붙여 <나꼼수>를 '닭장속에 닭'에 비유하며 대중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의 시작

  본격적인 문제는 10월 29일 나꼼수 콘서트를 관람하고 온 관객들이 '에리카 김과 이명박 대통령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는 글을 올린 직후에 시작되었다. 실제로 콘서트에서 주진우 기자는 '(그분과 나는) 부적절한 관계였다'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는 에리카 김의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또한 김용민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자확인과 관련해 '눈 찢어진 아이를 데려오겠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 날 밤부터 모든 포털사이트에는 인기 검색어에는 '눈 찢어진 아이'와 '에리카 김'이 랭크되었다. 진중권은 이를 '외설적이며 폭력적이다'라고 판단하면서 트위터에 글을 올렸고, 많은 팔로워들이 이에 반박하고, 관련 기사가 나오면서 파장은 커졌다.


진중권의 주장 - 폭력적이며 외설적이다

  진 씨는 30일 한 트위터리안이 “(나는 꼼수다의) ‘눈 찢어진 아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너저분한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야담과 실화. 저열하고 비열한 공격. 언젠가 똑같이 당할 것.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공격, 도대체 뭘 위한건지"라고 비판한 것이다.  진씨는 또 "주진우의 저질 폭로가 '팩트'라면 아무 문제 없다고 버젓이 말하는 저 정신상태가 황당하다"고 비판하고 "한껏 들떠서 정신줄 놓고 막장까지 간거다. 저럴 것 같아서 내가 미리 경고했거늘... 포르노라는게 원래 노출 수위를 계속 높여야 한다"며 "주진우, 정봉주는 사실을 만진다. 그건 개그가 더 이상 개그가 아닌 순간이 존재한다는 얘기"라고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미디어 오늘, 2011.10.31)

  진중권의 의견을 가장 잘 정리한 텍스트이다. 이와 더불어 진중권은 “눈찢어진 아이는 BBK와 전혀 관련이 없죠. 에리카킴과의 관계 역시 본질과 아무 관계 없어요. 핵심은 (1) 실소유주가 누구냐, (2) 주가조작에 관여했느냐인데, 그건 에리카킴과 염문을 갖느냐 마느냐와는 논리적으로 독립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대중들의 분노 - 순기능을 모조리 무시했다

  폭압적인 언론 장악 행태(정권이 임명 방송사 사정들의 비판 차단, 진보 인사들 공중파 하차 강압 의혹, 방통위의 검열기관화)에 지리멸리함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던 대중들에게 <나꼼수>는 정말 속시원하고 신선한 포멧이었다. 특히 사실성에 기반한 주진우의 취재 일기는 프로그램의 질을 상승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진중권은 특유의 냉소적 논법으로 모든 패널들을 비판했다. '너절리즘'이라고 주진우를 비꼬고, '정봉주 의원은 결정적 한방이 없으니 사생활 잡기로 들어간다'라고 글을 올렸다.

  나꼼수의 지지자들은 분노했다. 정권의 폭압적 언론 행정 밑에서, 단비와 같았던 <나꼼수>에게 어떻게 이렇게 강력하고 노골적인 언어로 비난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 동안 극우언론들에게 어떻게 당하고 살았는데, 이에 반대에서 노력한 나꼼수에게 어떻게 이럴수 있냐', '조중동이 더 심하게 할 때는 가만히 있고 왜 이럴 때 나서서 논란 만드냐'가 공통적인 심리이다. 나꼼수의 순기능을 외면한 채 역기능에만 깔대기를 대고 있다는 것이다.  


<나꼼수>가 제2의 아고라가 되지 않기 위해서

  다음 아고라는 한 때 공론장에 가장 근접했던 커뮤니티 중 하나였다.(적어도 내 기억에는) 하지만 2008년 6월 이후 급격히 늘어난 유저들 대부분이 '반MB 정서'를 기반으로 모든 상황을 해석해 버리는 데에서 이 커뮤니티의 몰락은 시작되었다. 노무현, 야당, MBC, 서민(선) - (악) 이명박, 한나라당, 조중동, 기득권 이라는 아고라식 프레임은 그들의 지배적 담론이 되었다. 노무현의 신자유주의 행위를 외면하고 그를 천사화 했으며, 야당과 유시민, 김대중은 무조건적으로 옹호되었다. 이러한 아고라식 선악구도는 현실 정치를 설명하는 데 별로 유용하지도 못했으며, 사실관계마저 흐트려 버렸다. 영향력은 한정적이었고, 새로운 논의 없이 과거의 것이 반복되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한 때 다중지성과 촛불의 1등 공신으로 여겨졌던 아고라를 네이버 댓글이나 정사갤과 다름없이 여기게 되었다.

  <나꼼수>가 배워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이다. 다음아고라의 단정적인 면은 나꼼수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동안의 맥락을 고려할 때 콘서트 발언은 선정적이었고, 대중들은 이를 외설적으로 소비했으며, 그것이 '반MB 정서'를 통해 정당화 되었다. 이것이 아고라식 프레임이 나꼼수와 지닌 치명적인 유사점이다. '이것이 애초의 프로그램 포멧이다!'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이미 나꼼수는 쇼가 아닌 막강한 정치평론이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특히, 그것을 쇼가 아닌 진리로서 소비하는 대중들이 이것을 '원래 그런 프로 아니냐'고 대답을 해버린다면 스스로 자멸하는 꼴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상황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혹은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아래의 텍스트가 훌륭한 참고가 되어준다. 문화 평론가 이택광이 나꼼수 논란에 대해 남긴 트윗이다.
 


진중권의 몇 가지 자승자박

  하지만 진중권의 주장 역시 몇 가지 극복해야 할 문제는 남아있다. 진중권은 <나꼼수>가 '팩트와 픽션을 넘나들어 위험하다'라고 판단했지만, 사실 나꼼수 진행의 바탕이 되는 정보들은 정확한 편이다. 특히 주진우가 제공하는 취재 일기의 순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진중권이 17회 말고는 나꼼수를 들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단정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중들의 수용방식에만 집중을 하고 그 원본 텍스트에 대해서는 정보가 전무한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윤형이나 허지웅의 나꼼수에 대한 비판이 '과연 그 방송을 제대로 들어보고 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 맥락이다. 거시적인 기존 담론의 틀을 맞추기 위해서 하나의 상황을 전체화했다는 비판이 가능한 부분이다.  

  덧붙여 진중권은 주진우에 대해 "저질 폭로가 팩트라면 아무 문제 없다고 버젓이 말하는 저 정신상태가 황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바로 당장 진중권이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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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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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성명

정부는 미온적 검역중단이 아닌 수입금지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한다.

최근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이 발견되었다.

정부의 안전하다는 주장만 믿고 수입 쇠고기를 사먹은 국민들은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발견된 소가 광우병이 걸린 소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위험물질을 광우병 유발인자로 확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광우병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은 해당 위험물질이 완전히 안전하다고도 단정짓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농림부는 수입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이 발견되었는데도 “척수를 제거한 척추뼈는 문제가 없고, 따라서 유통 중인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발표를 서슴치 않고 있다.

척수가 제거되었다고는 하나 척추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인 말단 신경조직까지 완전히 제거되었다고 확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9월 쇠고기 수입을 최종 승인하는 과정에서 가축방역협의회를 개최하고도 아무런 회의록을 남기지 않았고 비공개로 진행한 후 수입재개 결과만을 간단히 발표했다.

수입여부를 결정하는 중대한 협의내용을 회의록도 작성치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그것도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는가? 협의회의 인원구성도 정부측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들과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압도적인 구도에서 국민건강 차원의 의견을 얼마나 제시하고 반영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뼈있는 쇠고기 수입허용을 논하기 위해 지난 7월 25일 개최한 가축방역협의회에서도 정부는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한 채 비공개로 논의를 진행하였고 이날 농림부가 제시한 회의자료에는 수입 쇠고기로 인한 인체감염 가능성과 국내 광우병 유입 우려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는 정부측 입장을 주로 담은 수입국 현지조사 결과를 내놓았다.<농림부 제출-미국산쇠고기의광우병위험분석 검토(안) 참조>

그러나 쇠고기 수입국의 현지조사 결과, 정부가 안전하다고 평가한 미국의 쇠고기 수출시스템에서 결국 광우병 위험물질이 발견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 쇠고기 수입재개 결정 당시 수입위험평가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광우병 위험물질 발견 사건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의 정책결정은 신중하고 투명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광우병 유발물질 발견 사태와 관련 지난해 수입결정 당시 비공개로 이루어진 수입위험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식품안전을 위해 미온적 검역중단이 아닌 수입금지 조치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할 것이다.

2007. 8. 3

한나라당 제4정책조정위원장 김 석 준

<참고자료>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관련 일지 <출처-연합뉴스>

▲ 2003.12 = 미국 워싱턴주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 발견

▲ 2003.12.27 = 한국,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 2005.2.28 = 한.미 광우병 전문가협의회 개최

▲ 2005.5 = 국제수역사무국, 30개월 이하 소 살코기 교역 자유화 규약 채택

▲ 2005.6.10 = 미국 광우병 감염 소 추가 발견

▲ 2005.12.15 = 박홍수 농림부 장관, 미국과 협상 착수 공식 발언

▲ 2006.1.9∼13 = 고위 실무급 협상진행, 수입조건타결-생후 30개월미만 뼈없는 살코기

▲ 2006.5 = 농림부, 미국 37개 수출작업장 현지 점검

▲ 2006.9.8 = 농림부, 2년10개월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최종 승인

▲ 2006.10.30 = 미국산 쇠고기 9t 수입

▲ 2006.11.17 = 척 램버트 미국 농업부 차관보 방한, 쇠고기 수입과정 협의

▲ 2006.11.24 = 수입 미국산 쇠고기서 뼛조각 발견, 전량 반송.폐기.

▲ 2006.12.1 = 2차 수입분 3.2t에서도 뼛조각 발견

▲ 2006.12.6 = 3차 수입분 10.2t에서도 뼛조각 발견

▲ 2007. 2.7 = 한-미, 쇠고기수입 검역관련 기술협의 개최

▲ 2007. 3.5∼6 = 한-미, 쇠고기 검역 관련 한미 농업 고위급 협상

▲ 2007. 3.19∼22 = 2차 농업 고위급 협상

▲ 2007. 4.2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 2007. 4.27 = 미국 쇠고기 6.4t 검역통과

▲ 2007. 5.22 = 국제수역사무국(OIE), 미국.캐나다 광우병위험통제국 판정

▲ 2007. 5.28 = 권오규 부총리, 미국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상 선언.

▲ 2007. 5.30 = 미 쇠고기서 갈비발견

▲ 2007. 6.4 = 미 쇠고기 검역 전면 보류

▲ 2007. 6.8 = 농림부, 미 쇠고기 검역보류 해제

▲ 2007. 6.30∼7.8 = 농림부, 미국 가축위생 현지 실태 조사

▲ 2007. 7.13 = 롯데마트, 미 쇠고기 판매 개시

▲ 2007. 7.25 = 농림부, 가축방역협의회 개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논의

▲ 2007. 8.1 = 미 쇠고기서 척추뼈 발견

▲ 2007. 8.2 = 농림부, 미 쇠고기 전면 검역중단 결정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험평가 가축방역협의회 개최 현황 <농림부 제출, 구두확인>

‘05.11.29

광우병 관련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검토

회의 과정 비공개, 최종 결론만 브리핑

회의록 없음

‘05.12.14

광우병 관련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검토

‘07.7.25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분석 검토

가축방역협의회 구성 (참석자 기준)

농림부 3명, 질병관리본부 2명, 검역기관 관계자 5명, 민간단체 관계자 10명

가축방역협의회 역할

수입위험분석 평가절차 중 5단계인 ‘가축방역협의회’는 쇠고기 수입여부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절차로서 정부 관계기관 공무원과 생산자 단체 및 민간 전문가로 이루어진 자문기구이며 의사결정권은 없다지만 사실상 사회적 합의기능을 제공, 정부가 이를 근거로 최종 정책을 결정.

○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의혹

<의혹1> 국제수역사무국의 기준(광우병위험통제국가)을 충족하였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과학위원회는 광우병 관리실태에 대한 국가별 코멘트에서 미국에 대해 "감염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원료를 동물용 사료로 이용하는 한 교차오염의 가능성이 있으며, 동물용 사료로부터 SRM(광우병 위험부문)을 제거하는 것을 주의깊게 검토할 것을 조언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확인.

-이는 미국에선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특정위험물질(SRM)을 소가 먹는 사료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그만두지 않는 한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에 감염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

-OIE 과학위원회의 이 같은 판정과 지적은 상호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데,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라는 예비판정만으로는 광우병의 감염 위험을 불식시킬 수 없다는 것을 OIE가 스스로 인정하고 있음.

<의혹2> 뼈없는 살코기는 안전하다?


농림부가 작성한 제73차 국제수역사무국 총회 결과보고에 따르면 “우리측은 살코기(골격근육), 혈액제품에 BSE원인체가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안전제품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합리함을 지적”했다는 언급이 있음.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근거는 동물보건법제위원회(Code Commission) 보고서 중 ‘광우병에 감염된 소의 근육을 접종한 10마리의 마우스 중 1마리에서 광우병 병원체의 축적이 확인되었다’는 연구결과임.(Buschmann, A & Groschup M. H. (2005).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 192, 934-942

<의혹3> 한국이 미국보다 안전하다?

<동아일보 2007.3. 23 기사>한림대 의대 일송생명과학연구소 김용선 교수팀은 건강한 한국인 529명의 프리온 유전자를 분석했다. 94.33%가 메티오닌-메티오닌, 5.48%가 메티오닌-발린, 0.19%가 발린-발린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04년 ‘저널 오브 휴먼 제네틱스’ 온라인판에 실렸다.

김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은 인구의 약 40%가 메티오닌-메티오닌”이라며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미국이나 영국인에 비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인간 광우병과 유사한 산발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에 걸린 한국인 환자 150명의 프리온 유전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도 역시 129번 아미노산이 모두 메티오닌-메티오닌이었다. 이 연구는 2005년 10월 ‘뉴로제네틱스’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오마이뉴스 해외리포트 2007. 5. 28> 쇠고기 수입을 주도하는 정부관계자와 수입업자들은 "미국인들은 안심하고 먹는데 왜 호들갑이냐"고 주장한다. 미국인이 먹는 것은 한국인도 조용히 따라서 먹어야 한다는 논리도 기이하지만, 무엇보다 그 주장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 미국인은 결코 자국산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지 않으며, 한국에서 먹는 것과 같은 부위를 같은 방식으로 먹지도 않는다.

미국의 신문과 방송에서는 광우병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광우병적' 대처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도축기업들과 유착해서 "국민들의 밥상을 러시안룰렛으로 전락시켰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한다. 그 결과 '홀푸드(Whole Food)'와 같은 유기농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붉은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느는 것은 물론, 치즈와 우유, 그리고 계란까지 거부하는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의 수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자체적인 지침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티본 스테이크나 갈비처럼 뼈가 붙은 부위의 살코기를 먹는 것은 위험하며, 뇌나 척수 등의 신경조직이 포함되기 쉬운 간 고기(분쇄육)과, 뼈 근처의 조각고기로 만드는 소시지, 피자토핑, 미트볼, 햄버거 패티 등도 피해야 한다. 부위와 관계 없이 뼈와 함께 굽거나 끓이는 것 역시 광우병의 원인인 변형단백질의 섭취의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한 조리 방법이다.

'특정위험물질(SRM)'로 분류되는 소의 머리와 척수는 물론, 전문가들이 위험부위로 구분하는 사골, 도가니, 꼬리, 갈비 등을, 그것도 장시간 물에 끓여 먹는 식습관을 가진 한국에서는 같은 쇠고기라도 훨씬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음식은 갈비구이, 설렁탕, 곰탕, 갈비탕은 물론 냉면과 라면스프, 조미료에 이르기까지 고기와 뼈를 같이 요리하거나 장시간 우려내는 조리법이 보편화 되어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식습관의 차이를 설명하며 미국정부를 설득했어야 옳다.

더구나 원산지 표시에 대한 규제가 허술하고 사후에 문제가 된 소의 기원을 추적할 아무런 장치도 갖추지 않은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30개월 미만의 살코기'가 광우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밝혀졌다. 일본에서는 21개월짜리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견되었고, 미국에서는 뼈와 인접하지 않은 근육부위에서도 광우병을 유발하는 변형단백질이 검출된 바 있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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