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S 다큐프라임 - 언어발달의 수수께끼>와 <학교를 무엇인가>를 보고나서 


  <학교란 무엇인가>에 영국 써머힐 학교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는 말 그대로 온 몸에 전율을 느꼈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졌다. 몇 번이고 영상을 다시 돌려봤다. 그런데 그 날 잠들기 전 문득 혼란스러워졌다. 엄마가 중고등학교 내내 내게 했던 말씀 '악착같이 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주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그래서 공부에는 노력이 중요할까, 환경이 중요할까? 적어도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의 노력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는 쪽인 것 같다.
 

직접적 언어의 폭력

  <EBS 다큐프라임 - 언어발달의 수수께끼>는 어떤 의미에서 <학교란 무엇인가>를 정리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학교란 무엇인가>가 다양한 사례를 미시적인 측면에서 보여줬다면 <언어발달의 수수께끼>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직접 맞닥뜨리는 구조에 대해서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셈이다. 때문에, <학교란 무엇인가> 시리즈를 다 보고도 ‘과연 실생활에서 이것을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혼란스러웠던 나에게 <언어발달의 수수께끼>는 이를 해결해주는 구체적인 방법론과도 같았다.

  이 다큐멘터리의 핵심은 직접적 언어의 폐해를 유용하게 지적해 낸 데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은 개인의 의지를 강조하는 화법만을 접한다. ‘악착같이 열심히 하면 돼’, ‘노력이 제일 중요해!’ - 너는 충분히 풍요로운 환경에 있으며 노력을 안 한다, 네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적은 오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구조와 환경의 문제를 거론하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서울대 수석 합격’한 어느 시골 고등학생의 토픽성 기사들을 이야기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표본 설정은 어떤 의미도 우리에게 가져다주지 않는다.
 

구조와 개인 사이에서

  사실 이 다큐멘터리가 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부모, 교사 등 기성세대가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프레임의 오류이다. 교육의 성취도는 개인의 의지와 환경의 교집합이다. 좀 더 거칠게 말하자면 그 개인의 의지-학습에 대한 동기, 성취감에 대한 태도-역시 환경에서 파생된 것이다. 때문에 노력의 강요나 자기계발서식의 긍정의 강요는 큰 효과를 나타내기 힘들다.

 『왜 잘 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할까?』라는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고학력 부모를 둔 학생들이 저학력 노동자층 자녀들보다 공부를 훨씬 잘하는 통계를 설명한 이 책이 제시하는 것은 자녀들을 둘러싼 환경의 문제이다. 중산층과 상류층의 자녀들이 서민들의 자녀보다 성적이 좋은 이유는 단순히 고액 과외를 받아서가 아니다. ‘강북의 부모들은 과외 교사에게 성적을 많이 올려달라고 요구하지만, 대치동의 부모들은 과외교사에게 글로벌 감각을 키워달라고 요구한다’는 우스꽝스러운 반 쯔음 진담이 떠돌기도 한다. 전문직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자녀들에게 심리적 안정감, 동기 부여, 학습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을 형성시킨다. 학력 중산층은 자신들이 누리는 계급적 위치의 장점을 현재의 현실세계에서 향유하며 자녀들은 이를 생생하게 체험한다. 자연스럽게 행복한 삶과 교육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개인의 인식은 그를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형성된다는 지적이다. <학교란 무엇인가>에 등장한 써머힐 학교의 학생들이 교육에 대한 열망으로 충만하고, 학습 성취도가 높은 이유는 바로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써머힐의 교사와 행정가들이 만들어낸 획기적인 교육 환경이 학습자들에게 높은 성취를 가져다 준 것이다. 학습에 대한 개인의 의지는 환경으로부터 형성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이 구조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고 모든 것을 개인의 의지로 환원시킨다.
 

교육자 지망생에게 최고의 교과서

  교육은 환경과 개인의 상호작용이며, 그 중심에는 바로 언어의 힘이 존재한다. 학습은 구조(사회, 가정)과 개인(학습지)의 상호작용에서 이루어진다. 때문에 개인을 둘러싼 환경과 구조를 간과한 채 학습자의 의지만 강조하는 부모와 교사들의 인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내뱉는 직접적인 언어들 -‘너는 왜 이렇게 게으르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해! 악착같이!’-이 쌓이면 곧 폭력이 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그 말을 듣는다고 원래 안하던 애(동기가 존재하지 않는 학습자)가 공부를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

  이러한 인식의 결함을 지적하고 자발적으로 학습에 대한 동기를 유발시키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다큐멘터리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한국의 교육 문화가 지니고 있는 결핍을 구체적으로 잘 분석한 낸 것이다. 적어도 교사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추천해주고 싶다. 특히 <학교란 무엇인가>를 함께 보면서 이어지는 의미를 유기적으로 해석한다면 그것보다 멋진 일은 없을 것이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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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논쟁이 진흙탕 싸움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표본설정의 문제에 있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상대편의 가장 낮은 수준을 타겟으로 잡는다. 예컨대, FTA 찬성론자의 경우에는 FTA의 개념도 모른 채 그저 반 이명박 정서로 협정을 반대하는 꼬꼬마의 블로그의 주장을 대표로 삼는다. 논리정연 할 리 만무하다. 그러면서 '봐라 얘네는 다 뭣도 모르면서 반대한다. ㅉㅉ'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상대편의 가장 수준 낮은 주장을 전체를 대표하는 표본으로 삼아 일반화시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FTA 반대론자의 경우들은 '종북좌익, 우리나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 이런 레토릭 밖에 할 줄 모르는 수준 낮은 유저들의 주장을 FTA 찬성의 대표격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반대파의 가장 수준 낮은 의견을 표본으로 삼으니, 자신의 의견은 고착화되고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반감이 극도로 커진다. 때문에 논쟁들은 점점 산으로 가고, 'FTA 찬반'이라는 1차적 갈등 대신 감정적인 2차적 갈등만 커진다. 좌빨, 우꼴, 종북좌익, 친일파, 촛불좀비, 수구꼴통, 전라디언, 홍어, 고담대구와 같은 레토릭이 등장하면 더 이상 정상적인 소통은 불가능하다. SNS가 무법천지의 장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표본설정의 문제, 언론의 문제

  사실 이게 '무지몽매한' 국민이나 네티즌 탓은 아니다. 저 레토릭을 생산한 장소가 바로 제도권 정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누구도 FTA의 기본 정보에 대해서 차근차근 쉽게 설명해 준 적이 없다. 끝장 토론 해놓자고 각 진영 최고 전문가들 불러놓고 생방송이니 아니니, 규정을 갑자기 바꾸느니 하다가 파탄이 났다. 행정부가 제대로 된 소통의 포맷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뉴스들은 외부적 현상에만 집중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해주지는 않는다. (사실 FTA 뿐만 아니라 모든 시사적 이슈에 있어서, 원래 9시 뉴스와 같은 형식은 전체의 '목차' 정도에 불과하다) 신문 기사도 평소 우리가 지닌 정치공학적 논리와 만나는 순간 혼란만 더 커진다. 여기서 대중매체의 결핍이 드러난다. 어떤 어느 누구도 FTA가 뭔지 핵심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저 주변을 둘러싼 주장들을 소개해놓는 정도이다. TV와 신문을 아무리 봐도 감이 잡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배경지식이 부족한 일반 대중이 이 이슈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밑바탕이 마련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건 우리가 스스로 찾아서 떠먹어야 한다.   


추천하는 텍스트들 

  때문에 우선 좋은 표본을 제공하려고 한다. 다만 명심할 것은 관련 배경 지식 - 신자유주의와 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개방 흐름에 대해 정보가 전무할 경우 읽어봤자 별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디씨인사이드의 FTA 갤러리는 토론회를 꾸준히 챙겨보며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반대 의견이나 기사를 찾아서 논쟁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회-경제에 대한 틀이 없으니 그대로 '번역' 수준에 그치고 '적용'의 수준에 근접하지 못한다. 자본주의 하의 국제통상의 기본 구조, 신자유주의의 흐름, 한국 90년대 개방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 바로 전문 영역으로 들어가니 발생하는 문제이다. 때문에 이 '틀'을 잡아주는 책으로 다음 두 권을 추천한다. 한국학술정보에서 퍼낸  <WTO와 FTA로 살펴보는 국제무역질서의 이해>와 장하준 교수의 <개혁의 덫>은 현재 한국사회 경제 논란을 이해하기 위한 훌륭한 입문서이다.  FTA에 대한 사항 뿐 아니라, 한국과 세계 경제 질서를 둘러싼 모든 이슈들에 대한 훌륭한 기본 이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1. 책

<한미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은 FTA 로드맵을 만들고 추진한 대표적 찬성론자 정인교 교수와 대표적인 회의론자 이해영 교수의 토론과 담화를 모은 책이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두 사람 발언을 그대로 실어 비교적 균형감각있다고 볼 수 있다. 

<한미FTA핸드북>은 국제통상전문 송기호 변호사가 FTA 협정문을 분석해서 낸 해설서이다. 실제로 부록에는 가장 논란이 되는 협정문 11장 원본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다. FTA가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구체적인 가정'을 반대 측에서는 가장 잘 정리한 책으로 보인다. 

2. 인터넷 사이트 

외교통상부 FTA 공식 사이트(http://www.fta.go.kr), 한미 FTA 민간대책위원회 (http://www.yesfta.or.kr/)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과 개념들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대상의 기본 프로필은 알아야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퍼낸 홍보 간행물과 회의론자들에 대한 반박문들이 자료실에 업로드 되어있다. 이 곳의 게시판에서는 질문과 응답이 가능하다. 비교적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해주는 편이다.

정태인의 경제 교실 (http://www.hadream.com/zb40pl3/zboard.php?id=people&PHPSESSID=c9134f55c55b0c191ff123beaaebc4e5)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경제비서실장직을 수행하다가 FTA에 반대하여 사표를 낸 정태인 교수의 게시판이다. 그는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FTA를 반대했으며, 강연과 세미나 등을 통해 FTA의 폐해를 구체적으로 알려왔다. 일종의 FTA 관련 정보의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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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KIEP에서 퍼낸 『FTA 효과 극대화를 위한 국내대책 및 구조조정정책 방향』, 외교통상부의 브리핑 자료ㆍ인터뷰 내용, FTA 로드맵 시작과 추진에 참여한 참여정부와 현 정부 관료들의 기고문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정부가 밝히는 효과와 추진 목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거대한 미국 시장에 수출 증가

  WTO 가입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수출증대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하여 성장하여 왔다. 경제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도 무역과 해외투자 등 해외부문에 의지했으며, 이로 인해 대외지향적인 경제 구조를 갖게 되었다. 참여정부와 현 정부는 수출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경제규모를 키워가면서 정부재정도 늘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의 FTA라고 판단했다. 주요 교역국이 여타 국가와 먼저 FTA를 체결한다면 우리 상품은 고관세 적용에 따른 가격경쟁력의 저하로 점차 그 시장을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우리가 먼저 FTA를 체결한다면 체결하지 않은 다른 국가에 비해 미국에 더 적은 비용으로 물건을 수출하고, 더 적은 규제를 받으며 서비스가 진출할 수 있다. 이것이 전통적 자유무역이론에 등장하는 무역전환효과이다. 한마디로 관세가 사라지고 통상마찰이 줄어 수출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FTA의 기본 철학은 무역장벽 철폐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비교우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전통적인 자유무역이론에 기반한다. 즉, 한국과 미국은 서로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에 생산과 수출을 특화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2) 경제 구조의 선진화

  외교통상부의 다음 설명은 두 번째 주장의 핵심 근거가 된다.

‘정부는 “동시다발적 FTA 추진전략을 바탕으로 FTA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상품분야에서의 관세철폐 뿐만 아니라, 서비스, 투자,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기술표준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FTA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시장주의ㆍ경제자유주의 모델에 가장 근접한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가장 자본주의화된 미국의 시스템을 한국에 적용함으로써, 한국이 세계 선진국 표준의 체계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내시장을 해외경쟁에 직면케 함으로써 완전한 시장개방에 앞서서 국내시장을 해외경쟁에 노출시켜 세계적 무역자유화에 대한 적응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고 외교통상부는 밝히고 있다. 정리하자면, 구조의 개선 제도의 선진화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선진국인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로 완전히 도약하기 위한 시도이다.

3) 미국 상품 가격이 내려간다 - 소비자 후생의 증가

  한국 경제관련부처들은 FTA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몇 차례에 걸쳐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FTA의 효과를 설명한 단행본들을 출간했다. 일반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효과를 미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정부는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더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의류ㆍ육류ㆍ과일ㆍ자동차ㆍ가방 등 공산품의 가격이 내려가고, 우편서비스ㆍ법률서비스 등 공공성이 강하던 분야를 시장화ㆍ민영화시킴으로써 민간사업자 진출이 확대되고 경쟁의 심화되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을 구체적인 예시로 든다. ‘한미 FTA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라는 슬로건은 이를 한 마디로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 외교통상부는 FTA 구체적 내용 중 하나인 규제완화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 증가되고, 해외 기업의 한국 진출이 늘어남으로써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이고 있다.  이대로 이루어진다면 매우 기쁜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반대를 하고 난리일까?

왜 의견이 다를까? - '구체적인 가정'

  단순히 반이명박 정서(아고라식 프레임)나 괴담 탓이라고 하기엔 FTA 반대 담론들은 체계화되어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WTO 가입 이후 점차 쇠락해져서 한 해 12조원이 넘는 정부지원을 받아도 겨우 산 송장으로 유지되고 있는 농업이나 '세계화병', '금융 개방'의 폐해로 인해 경제적으로 위태로워진 서민들의 삶 - 이것을 유발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러한 반대 담론의 전신이다. 

   전문가들 간의 의견 대립은 일반 대중으로서는 매우 난감한 일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정부가 사기를 친다' 또는 '정부가 국민을 망하게 할리가 있냐!', '이해관계가 있는 대기업만 배불리는 일이다!', 'FTA 반대는 나라를 망하게 하려는 종북좌익의 계략이다!' 식의 정치공학적 논법으로 FTA를 환원시키려한다. 하지만 이런 단정적 접근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사실 하나의 경제현상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IMF 수준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FTA의 파괴력과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그 목소리가 더욱 큰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다시 말해, FTA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까닭은 기본적으로 경제학자들마다, 경제학파들마다, 경제관련 기관들마다 지향성과 분석 방식이 명백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학파, 오스트리아 학파, 포스트 케인즈 주의자 혹은 워성틴 컨센서스의 시각 혹은 스티글리츠나 장하준 -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같은 내용이 완전히 다르게 분석되기도 한다. 하나의 협정문을 두고도 여러 분석이 난무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여기에 있다. 완전한 시장자유를 옹호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현재의 자본주의가 극단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과 공공성을 늘리자는 쪽이 있다. 개방을 하면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의견과 여기서 더 개방을 하면 소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무너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한다.

  결국 FTA 체결에 따른 경제적 효과 혹은 부작용에 대한 판단은 이론적 분석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가정’이 등장한다. 실증적인 효과분석을 하기 위해서 현재 국내의 경제 환경, 상대국인 미국의 경제력, 기타 외부환경 등 다른 요소를 종합하여, FTA 내용 하나하나가 어떤 식으로 한국 사회에서 나타날지 - 구체적인 가정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구체적인 가정을 하는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라고 주장할 것이고, 회의론자들은 미국의 경제적 제국주의와 한국의 극단적 신자유주의 철학으로 인해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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