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을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심정은 알겠지만, 확실하게 하고 넘어갈 것이 있다. 모든 것은 노무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명박에게 <747>이 있다면, 노무현에게는 <비전2030>이 있었다.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개방 확대의 목적으로 한 신자유주의 청사진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국제자유구역, 민영화, 금융허브화 그리고 이와 함께 FTA가 추진되었다. 


노무현의 FTA는 이명박의 FTA와 다르지 않다

당시 추진된 FTA는 현재 이명박 정부의 FTA와 
사실상 차이가 없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보조항과 ISD는 이미 참여정부 시절에 시작된 것이다. 친노 정서가 강한 많은네티즌들은 이를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사실 자동차 부문에서의 관세 양보를 조금 더 한 것만 다르고 기본 성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과연 다른가? (2011, 10,29 미디어오늘)
   이명박 정부의 추가 협상 결과 설명 자료 (2011.2.10, 외교통상부) 


 더불어 혹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의 주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시작되었다'라는 주장은 사실관계와 어긋난다. FTA는 전적으로 참여정부의 짝사랑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희망과 달리 미국 통상당국은 한미 FTA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아시아와의 경제협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공식 채널이라는 미국의 기본 입장만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칠레와 타결한 협정에 대한 국회 비준이 지연되고 있었고, 이로 인해 FTA 추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미국 측은 이해했을 것이다. 
                                                           (외교통상부 브리핑- 사자에겐 더 넓은 들판이 필요합니다, 2006)

  노무현을 좋아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어째서 미국은 노무현의 FTA는 질질 끌었는가? 그리고 왜 이명박의 FTA는 순식간에 통과시켰는가? 노무현의 FTA는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 외통부 자료에도 나와있듯 우리나라의 '대내 협상력'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불안요소였다. 다급해진 노무현이 미리 내세운 4대 선결조건(의약품, 자동차, 쇠고기, 스크린쿼터)에 대해 영화인들과 농민들의 반발이 매우 거세지자 갈팡질팡 못하는 정부의 태도는 미국 정부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대내 협상력의 부재는 협상 발효 이후에 제대로 실행이 되지 못할 위험성을 수반한다. 덧붙여 이명박 정부의 FTA가 순식간에 통과된 것은 미국에게 유리한 내용이 갑자기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미FTA라는 이슈를 통해 지속적인 지지를 얻으려는 필요성에 의한 것이었다. 쇠락한 자동차 산업지인 디트로이트의 야구팀 뉴에라 모자를 쓰고 오바마와 함께 의회 강단에 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여정부, FTA를 강력추진하다.

   한국에서 FTA라는 개념의 국제통상무역이 추진된 것은 2003년의 일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노선을 택했던 노무현 정부는 당시 중국으로부터 뒤쫓기고 있었던 한국의 상황을 해결해 줄 대안이 FTA라고 판단했다. 2004년 4월 1일 칠레와의 FTA가 공식 발효되었다. 이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싱가포르, ASEAN과의 FTA를 체결하였다. 그리고 2006년 본격적으로 미국과의 FTA 협상에 들어갔다. 2006년 3월 부터 1년여 동안 8차례에 걸친 공식협상 끝에 한미FTA의 기본 내용이 확정되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후발개도국과 기술 우위에 있는 선진국 사이에서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다고 판단했다. 개방과 시장화를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 당시 청와대 경제비서실장이었던 정태인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 내가 대통령한테 2월 26일날 들어가서 한미 FTA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대통령의 첫 질문이 그거였어요. "중국이 한국을 따라오는데 얼마나 걸리냐," 이건 중국 위협론이 굉장히 대통령을 사로잡고, ‘난 그것 때문에 한미 FTA를 한다’라고 적어도 그 때는 확신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래서 내가 "최소한 10년 걸립니다" 했더니, '아니다 훨씬 빠르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

  다른 요인도 존재한다. 당시 청와대 정책 수석이었던 이정우 박사는 참여정부의 FTA 추진에 대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당시 불경기 탓에 저성장이 오래 지속됐고, 보수 언론이 참여 정부를 반미라고 공격했기 때문에 (FTA가) 여러가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방안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노무현과 신자유주의
 

  실제로 노무현은 FTA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자신이 없느냐?' 또는 '노동자와 농민들의 이기주의가 문제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발언이 가능했던 이유는 대한민국을 더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한 그의 방법론이 과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FTA의 핵심 동기는 참여정부와 현 정부가 지닌 '신자유주의 경제관'이다.  혹자는 "노 정권이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요시하여 경제를 망친다."고 비난하지만, 실제 노 정권이 소득 재분배를 위해 한 일은 거의 없다. 노무현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노선을 택했기 때문이다. 노 정권의 정책을 보면 규제 완화, 민영화, 자본 시장 개방, 외국 자본에 대한 우대, 법인세 감면,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로 인해 청년 실업과 고용 불안정이 더 가속화 되고, 중소기업들의 부실화가 지속되었고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반면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은 참여정부 내내 호황을 누렸다.   

 결국 FTA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신화에 대한 일종의 배격이 필요하다. 이명박을 악마화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노무현은 갑자기 천사화 되고 있지만,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슈 - 민영화, 고용불안정, FTA, 영리병원은 모두 참여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다. 그를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것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을 지나치게 고평가하고 방어하려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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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논쟁이 진흙탕 싸움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표본설정의 문제에 있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상대편의 가장 낮은 수준을 타겟으로 잡는다. 예컨대, FTA 찬성론자의 경우에는 FTA의 개념도 모른 채 그저 반 이명박 정서로 협정을 반대하는 꼬꼬마의 블로그의 주장을 대표로 삼는다. 논리정연 할 리 만무하다. 그러면서 '봐라 얘네는 다 뭣도 모르면서 반대한다. ㅉㅉ'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상대편의 가장 수준 낮은 주장을 전체를 대표하는 표본으로 삼아 일반화시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FTA 반대론자의 경우들은 '종북좌익, 우리나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 이런 레토릭 밖에 할 줄 모르는 수준 낮은 유저들의 주장을 FTA 찬성의 대표격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반대파의 가장 수준 낮은 의견을 표본으로 삼으니, 자신의 의견은 고착화되고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반감이 극도로 커진다. 때문에 논쟁들은 점점 산으로 가고, 'FTA 찬반'이라는 1차적 갈등 대신 감정적인 2차적 갈등만 커진다. 좌빨, 우꼴, 종북좌익, 친일파, 촛불좀비, 수구꼴통, 전라디언, 홍어, 고담대구와 같은 레토릭이 등장하면 더 이상 정상적인 소통은 불가능하다. SNS가 무법천지의 장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표본설정의 문제, 언론의 문제

  사실 이게 '무지몽매한' 국민이나 네티즌 탓은 아니다. 저 레토릭을 생산한 장소가 바로 제도권 정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누구도 FTA의 기본 정보에 대해서 차근차근 쉽게 설명해 준 적이 없다. 끝장 토론 해놓자고 각 진영 최고 전문가들 불러놓고 생방송이니 아니니, 규정을 갑자기 바꾸느니 하다가 파탄이 났다. 행정부가 제대로 된 소통의 포맷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뉴스들은 외부적 현상에만 집중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해주지는 않는다. (사실 FTA 뿐만 아니라 모든 시사적 이슈에 있어서, 원래 9시 뉴스와 같은 형식은 전체의 '목차' 정도에 불과하다) 신문 기사도 평소 우리가 지닌 정치공학적 논리와 만나는 순간 혼란만 더 커진다. 여기서 대중매체의 결핍이 드러난다. 어떤 어느 누구도 FTA가 뭔지 핵심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저 주변을 둘러싼 주장들을 소개해놓는 정도이다. TV와 신문을 아무리 봐도 감이 잡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배경지식이 부족한 일반 대중이 이 이슈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밑바탕이 마련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건 우리가 스스로 찾아서 떠먹어야 한다.   


추천하는 텍스트들 

  때문에 우선 좋은 표본을 제공하려고 한다. 다만 명심할 것은 관련 배경 지식 - 신자유주의와 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개방 흐름에 대해 정보가 전무할 경우 읽어봤자 별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디씨인사이드의 FTA 갤러리는 토론회를 꾸준히 챙겨보며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반대 의견이나 기사를 찾아서 논쟁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회-경제에 대한 틀이 없으니 그대로 '번역' 수준에 그치고 '적용'의 수준에 근접하지 못한다. 자본주의 하의 국제통상의 기본 구조, 신자유주의의 흐름, 한국 90년대 개방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 바로 전문 영역으로 들어가니 발생하는 문제이다. 때문에 이 '틀'을 잡아주는 책으로 다음 두 권을 추천한다. 한국학술정보에서 퍼낸  <WTO와 FTA로 살펴보는 국제무역질서의 이해>와 장하준 교수의 <개혁의 덫>은 현재 한국사회 경제 논란을 이해하기 위한 훌륭한 입문서이다.  FTA에 대한 사항 뿐 아니라, 한국과 세계 경제 질서를 둘러싼 모든 이슈들에 대한 훌륭한 기본 이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1. 책

<한미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은 FTA 로드맵을 만들고 추진한 대표적 찬성론자 정인교 교수와 대표적인 회의론자 이해영 교수의 토론과 담화를 모은 책이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두 사람 발언을 그대로 실어 비교적 균형감각있다고 볼 수 있다. 

<한미FTA핸드북>은 국제통상전문 송기호 변호사가 FTA 협정문을 분석해서 낸 해설서이다. 실제로 부록에는 가장 논란이 되는 협정문 11장 원본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다. FTA가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구체적인 가정'을 반대 측에서는 가장 잘 정리한 책으로 보인다. 

2. 인터넷 사이트 

외교통상부 FTA 공식 사이트(http://www.fta.go.kr), 한미 FTA 민간대책위원회 (http://www.yesfta.or.kr/)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과 개념들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대상의 기본 프로필은 알아야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퍼낸 홍보 간행물과 회의론자들에 대한 반박문들이 자료실에 업로드 되어있다. 이 곳의 게시판에서는 질문과 응답이 가능하다. 비교적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해주는 편이다.

정태인의 경제 교실 (http://www.hadream.com/zb40pl3/zboard.php?id=people&PHPSESSID=c9134f55c55b0c191ff123beaaebc4e5)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경제비서실장직을 수행하다가 FTA에 반대하여 사표를 낸 정태인 교수의 게시판이다. 그는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FTA를 반대했으며, 강연과 세미나 등을 통해 FTA의 폐해를 구체적으로 알려왔다. 일종의 FTA 관련 정보의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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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KIEP에서 퍼낸 『FTA 효과 극대화를 위한 국내대책 및 구조조정정책 방향』, 외교통상부의 브리핑 자료ㆍ인터뷰 내용, FTA 로드맵 시작과 추진에 참여한 참여정부와 현 정부 관료들의 기고문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정부가 밝히는 효과와 추진 목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거대한 미국 시장에 수출 증가

  WTO 가입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수출증대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하여 성장하여 왔다. 경제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도 무역과 해외투자 등 해외부문에 의지했으며, 이로 인해 대외지향적인 경제 구조를 갖게 되었다. 참여정부와 현 정부는 수출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경제규모를 키워가면서 정부재정도 늘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의 FTA라고 판단했다. 주요 교역국이 여타 국가와 먼저 FTA를 체결한다면 우리 상품은 고관세 적용에 따른 가격경쟁력의 저하로 점차 그 시장을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우리가 먼저 FTA를 체결한다면 체결하지 않은 다른 국가에 비해 미국에 더 적은 비용으로 물건을 수출하고, 더 적은 규제를 받으며 서비스가 진출할 수 있다. 이것이 전통적 자유무역이론에 등장하는 무역전환효과이다. 한마디로 관세가 사라지고 통상마찰이 줄어 수출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FTA의 기본 철학은 무역장벽 철폐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비교우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전통적인 자유무역이론에 기반한다. 즉, 한국과 미국은 서로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에 생산과 수출을 특화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2) 경제 구조의 선진화

  외교통상부의 다음 설명은 두 번째 주장의 핵심 근거가 된다.

‘정부는 “동시다발적 FTA 추진전략을 바탕으로 FTA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상품분야에서의 관세철폐 뿐만 아니라, 서비스, 투자,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기술표준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FTA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시장주의ㆍ경제자유주의 모델에 가장 근접한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가장 자본주의화된 미국의 시스템을 한국에 적용함으로써, 한국이 세계 선진국 표준의 체계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내시장을 해외경쟁에 직면케 함으로써 완전한 시장개방에 앞서서 국내시장을 해외경쟁에 노출시켜 세계적 무역자유화에 대한 적응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고 외교통상부는 밝히고 있다. 정리하자면, 구조의 개선 제도의 선진화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선진국인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로 완전히 도약하기 위한 시도이다.

3) 미국 상품 가격이 내려간다 - 소비자 후생의 증가

  한국 경제관련부처들은 FTA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몇 차례에 걸쳐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FTA의 효과를 설명한 단행본들을 출간했다. 일반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효과를 미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정부는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더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의류ㆍ육류ㆍ과일ㆍ자동차ㆍ가방 등 공산품의 가격이 내려가고, 우편서비스ㆍ법률서비스 등 공공성이 강하던 분야를 시장화ㆍ민영화시킴으로써 민간사업자 진출이 확대되고 경쟁의 심화되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을 구체적인 예시로 든다. ‘한미 FTA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라는 슬로건은 이를 한 마디로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 외교통상부는 FTA 구체적 내용 중 하나인 규제완화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 증가되고, 해외 기업의 한국 진출이 늘어남으로써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이고 있다.  이대로 이루어진다면 매우 기쁜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반대를 하고 난리일까?

왜 의견이 다를까? - '구체적인 가정'

  단순히 반이명박 정서(아고라식 프레임)나 괴담 탓이라고 하기엔 FTA 반대 담론들은 체계화되어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WTO 가입 이후 점차 쇠락해져서 한 해 12조원이 넘는 정부지원을 받아도 겨우 산 송장으로 유지되고 있는 농업이나 '세계화병', '금융 개방'의 폐해로 인해 경제적으로 위태로워진 서민들의 삶 - 이것을 유발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러한 반대 담론의 전신이다. 

   전문가들 간의 의견 대립은 일반 대중으로서는 매우 난감한 일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정부가 사기를 친다' 또는 '정부가 국민을 망하게 할리가 있냐!', '이해관계가 있는 대기업만 배불리는 일이다!', 'FTA 반대는 나라를 망하게 하려는 종북좌익의 계략이다!' 식의 정치공학적 논법으로 FTA를 환원시키려한다. 하지만 이런 단정적 접근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사실 하나의 경제현상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IMF 수준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FTA의 파괴력과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그 목소리가 더욱 큰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다시 말해, FTA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까닭은 기본적으로 경제학자들마다, 경제학파들마다, 경제관련 기관들마다 지향성과 분석 방식이 명백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학파, 오스트리아 학파, 포스트 케인즈 주의자 혹은 워성틴 컨센서스의 시각 혹은 스티글리츠나 장하준 -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같은 내용이 완전히 다르게 분석되기도 한다. 하나의 협정문을 두고도 여러 분석이 난무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여기에 있다. 완전한 시장자유를 옹호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현재의 자본주의가 극단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과 공공성을 늘리자는 쪽이 있다. 개방을 하면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의견과 여기서 더 개방을 하면 소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무너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한다.

  결국 FTA 체결에 따른 경제적 효과 혹은 부작용에 대한 판단은 이론적 분석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가정’이 등장한다. 실증적인 효과분석을 하기 위해서 현재 국내의 경제 환경, 상대국인 미국의 경제력, 기타 외부환경 등 다른 요소를 종합하여, FTA 내용 하나하나가 어떤 식으로 한국 사회에서 나타날지 - 구체적인 가정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구체적인 가정을 하는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라고 주장할 것이고, 회의론자들은 미국의 경제적 제국주의와 한국의 극단적 신자유주의 철학으로 인해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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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학술정보에서 퍼낸 'WTO와 FTA로 살펴보는 국제무역질서의 이해(2008)',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 외 FTA 추진 관료들이 쓰고 국정홍보처에서 퍼낸 '국정브리핑 - 사자에게는 더 넓은 들판이 필요합니다(2006)', 외교통상부에서 운영하는 한미 FTA 공식사이트(www.fta.go.kr)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FTA의 기본 정의

  현재 세계 무역의 기본 규칙과 기준을 제시하는 유일하게 권위있는 기구가 바로 WTO(세계무역기구 : World Trade Oganization)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이에 합의했고, 2001년 중국마저 이에 가입하면서 전세계의 모든 국가간 무역은 WTO 체제 아래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WTO는 기본적으로 '다자주의 원칙'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모든 회원국들에게 공평하게 최혜국대우를 보장해주며 특수한 차별을 지양한다.     

   반면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형식의 무역협정인 FTA(자유무역협정 : Free Trade Agreement)는 두 국가 간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기 위해 양국 간에 체결하는 특혜무역협정을 말한다. 쉽게 말해 WTO가 사용하는 '다자간 합의'가 아닌 '양자간 합의' 형식의 체결이다. 한마디로 두 국가끼리만 서로 특혜를 주고 FTA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국가들에게는 차별을 준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어째서 WTO는 자신들의 지향성과 반대되는 FTA라는 체제를 인정해주고 있을까?

찬성론자의 입장

  FTA 찬성론자들은 이에 대해 WTO가 채택하고 있는 다자간 체제의 취약점을 제시한다. 각 지역과 문화권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상품과 서비스의 품목과 종류, 서로 거래하는 국가의 시스템은 천차만별인데 일관된 하나의 협정만을 제시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는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WTO의 기본목적이 전 세계 국가간 무역 장벽 해체를 통한 자유로운 무역의 실현인데, 어떤 면에서는 FTA가 이러한 WTO의 맹점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파악하는 것이다. 실제로 1970년대~1990년대까지 중남미의 남미공동시장(MERCOSUR)와 LAFTA, 유럽의 EU, 아프리카의 AMU, COMESA(남부아프리카공동시장), SADC(남부아프리카관세동맹), 중동의 ACM(아랍공동시장) 등 다양한 종류와 형식의 FTA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 되어 최근에 FTA의 채결 개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음 자료는 외교통상부의 FTA 공식사이트(www.fta.go.kr)에서 제시하는 '세계 FTA 추진현황'이다.

세계의 지역주의 동향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은 특정국가간에 배타적인 무역특혜를 서로 부여하는 협정으로서 가장 느슨한 형태의 지역 경제통합 형태이며, 지역무역협정 (RTA: Regional Trade Agreement)의 대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역무역협정(RTA) 현황 (2011년 5월 13일 현재)》

(출처 : WTO http://rtais.wto.org/UI/publicsummarytable.aspx)


현재 발효 중인 297건의 지역협정을 체결시기별로 살펴보면, 47년부터 94년까지 91건에 불과하던것이 95년 이후 2011년 5월 현재 206건이 체결되어 최근 지역주의의 광범위한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역무역협정 체결은 특히 WTO 출범(1995.1) 이후 매년 급속히 확산되어, 2007년 기준 전세계 교역량의 50% 이상이 지역무역협정내 교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도별 유효한 지역무역협정수 변화 추이》


  이러한 FTA도 경제 환경 차이나 구조적인 특질,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나타나는 효과는 상이하다. 때문에 어떤 특정한 국가나 협정이 대표적인 FTA의 모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200개가 넘는 협정중에 알맹이가 없는 부실한 협정, 이름뿐인 협정도 상당히 많다.


회의주의자의 입장
 

  반면 FTA에 회의주의자들은 미국의 슈퍼파워를 근거로 제시한다. 찬성주의자들의 말대로 최근 들어서 FTA가 급증하고 있는데, 21세기 이후 전세계에서 가장 FTA 형식을 많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이것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성격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실제로 종종 UN이나 유네스코와 대립할만큼 가장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지닌 유일한 국가이다. 

* 참고 자료: 중앙일보, <미국 전세계 국가 상대 FTA 체결 공격적 추진>, 2002

   또한 FTA 대부분은 근접한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점 역시 제기할 수 있는 또다른 의문이다. 실제로 FTA의 대부분은 인접 국가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지역경제블럭의 형성은 지리적 근접성으로부터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 근접하다는 것은 상호 교역에 있어서 다른 먼 지역의 국가들과 다른 방식의 교환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동시에 경제, 사회 및 문화적으로 유사한 환경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생산된 상품이나 서비스가 역내의 국가들의 수요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외교부 역시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은 특정국가간에 배타적인 무역특혜를 서로 부여하는 협정으로서 가장 느슨한 형태의 지역 경제통합 형태이며, 지역무역협정 (RTA: Regional Trade Agreement)의 대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와 같이 개념설명을 하고 있다.

  이처럼 FTA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지역주의'의 성질을 띠고 있는데, 미국이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FTA는 이와 아주 성질이 전혀 다르다. 예컨대, 한국과 미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환경에서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경제규모 차이가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기괴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들은 한미 FTA가 어떤 WTO 다자주의의 결핍이나 어떤 효율성 때문이 아닌 다른 동기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앞서 말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경제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다음 글에서 다룰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는 '신자유주의 경제관'이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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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이슈가 그렇지만, 특히 FTA는 어디서 부터 감을 잡아야 할 지 막막하다. 일반인이 각론을 모두 이해하기에는 텍스트의 양이 너무 방대하고 전문적이며, 정치공학적 논리까지 겹치면서 도대체 어느 신문의 어느 부분을 읽어야 할 지 어느 전문가의 글을 읽어야 할 지 난감할 따름이다. 'FTA 의 최대 수혜주는 과연 누구인지', '왜 사람들이 FTA 반대하는 데도 하려고 하는지', '독소조항이 도대체 뭔지', ' FTA를 하면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은 유리하고 서비스기업은 불리하다고 하는데 그건 무슨 말인지',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복잡한 문제에 '그러니까 FTA 나쁜 거예요? 좋은 거예요?' 단답을 요구하는 건 도둑놈 심보이다.

  따라서 이 분류의 글들은 머리 아픈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효과적인 핵심을 알 수 있도록, 일종의 '교통정리'의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지금까지의 웹 상의 FTA 논쟁들은 주로 반대편의 가장 낮은 수준의 논리를 대표타겟으로 설정해 반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표본 설정은 상황을 이해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전문가들이 낸 책들 조차 대부분이 이슈에 편승하려는 상업주의적 성질을 띤, 자기계발서 형식의, 레토릭 투성이었다. 때문에 이를 걸러내, 넘쳐나는 자료들 중에 한미 FTA 협정 기본 텍스트에 근접한 구체적인 정보들을 모아서 재구성해 정리하려고 한다.

쉽게 말해, 이 분류의 텍스트들은 사람들이 괴로워할만한 과정 - 정보수집과 분류 -을 대신한 결과물의 모음인 셈이다.



<목 차> <- 수시로 변경됩니다.

1. FTA의 기본 개념 - FTA의 기본적인 정의와 개념, FTA의 구체적인 내용, 추진 목적, 추진 과정
2. 추천할 만한 텍스트들 - FTA를 잘 설명했다고 평가할만한 책과 칼럼, 웹 사이트 추천
3. 찬성측의 주장 - FTA를 추진해야하는 이유, FTA의 기대효과, 괴담과 루머 반박
   반대측의 주장 -  FTA를 추진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FTA의 위험요소, 독소조항
4. FTA와 이해관계 -  FTA를 둘러싼 정치공학적 요소 정리  
5.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의 사이에서 - FTA가 21세기 한국 사회와 만났을 때 


c u soon.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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