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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25 제주 7대 자연경관 논란 정리 - 왜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을까? 1
  추적60분의 현지취재로 더 이상 제주도 행정부의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이전에도 명백한 정황들은 계속 나왔지만, 이 영상들은 더욱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뉴세븐원더스는 국제적인 권위를 갖기는 커녕 실제 존립 여부 자체도 불분명한 '유령회사'였던 셈이다. 타 지역에서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라면 '오래 전 부터 밝혀진 사기인데 뭘'하고 넘어갈수도 있겠지만 아마 현지(제주도)는 당분간 충격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 기능 상실한 지역언론들

  제주도에는 <한라일보>, <제주일보>, <제민일보> 등의 일간지가 있다. 동시에 공중파의 지역총국이 있으며 지역방송인 KCTV와 JIBS가 존재한다. 거의 2년에 걸친 보도를 꾸준히 챙겨보았지만 어느 매체도 그 신뢰성이나 영향력을 확인하지 않았다. UN과의 파트너쉽이 유지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오마이뉴스와 같은 매체에서 뉴세븐원더스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을 때에도 제주 지역언론들은 '범도민의 힘 모아야 할 때'와 같은 레토릭을 1면에 내세웠다. 그들에게는, 굳이 행정부와 지역유지를 건드려서 상황을 복잡하게 고통스럽게 만들 필요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분위기에 편승하는 쪽이 위험부담이 적었을 것이다.

  <제주도민일보>만이 비교적 정확한 맥락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제주도민일보>는 이에 대한 암묵적 보복으로 도지사 인사말 거부와 백지광고 사태를 맞았다. 여전히 제주도 행정부는 '제주도민일보가 편파, 왜곡보도를 일삼고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왜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을까?  

   이 상황을 꿰뚫는 것은 기본적으로 궁핍한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이다. 경제적으로 여러움을 겪는 다른 지자체가 그렇듯이 제주도 역시 외부 자본 유치와 지역 홍보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 특히 도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7대자연경관을 통해 관심도를 높일 경우 그것을 통해 그 어떤 추진사업보다 좋은 업적으로 남게될 것이 분명했다. 
 

  언론과 함께 도 행정부와 최고 관료들, 지역 주요 인사들이 나서서 이 이벤트를 크게 만들었다. 제주도민들이 이것을 상당한 규모의 국제적인 행사로 인식했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학교마다 투표를 독려하는 공문이 발송되었고, 주요 관광지와 공항에는 컴퓨터와 전화기와 함께 투표 홍보소가 설치되었다. 
분위기는 고조되어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했던 평창에 필적한 수준이었다. 학교 교무실마다 '7대 자연경관 투표 참여 독려' 공문이 버젓이 붙여져 있었다.   


지자체의 안타깝고 복잡한 현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정경유착이 가장 심각한 곳 중 하나이다. 작은 단위의 지역공동체, 청년회, 대학교 총학생회, 건설 업체, 언론사가 내부적으로 애매하고 난해하게 얽혀있다. 각 집단의 리더들은 서로의 이익을 보장하고 보호해준다. 그리고 그 밑에 행동대장(!)들은 거기서 나오는 적은 이익과 자부심으로 삶을 유지한다. 이는 제주도민이 출세할 수 있는 최대의 한계가 '제주도 행정부의 고위 관료직'라고 여기는 정서 탓이다. 

  사실 대부분의 
지역사회에서는 관료와 자본, 언론의 불합리성에 대해 지적하기가 중앙보다 힘들다. 건너 건너 다 아는 사람이고, 적당히 정치하면서 살아가는 청년회장들(마름)과 지역유지와 정치인(지주)의 관계가 너무 탄탄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지역사회의 툭수성과 맞물려 7대자연경관이라는 '전시행정'은 21세기에는 불가능할 법한 유령단체의 사업을 국가적 차원의 이벤트로 끌어올리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제주의 소리>와 <제주도민일보> 정도를 제외한 지역언론들은 사실상 언론의 기본 기능을 스스로 거세하고 풍문에 동참했다. 지역 주류사회의 삽질에, 결국 보통의 제주도민들만 글로벌 호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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