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4.17 평등, 경쟁, 노력, 한국식 자본주의 1
씨디들을 정리하다가 주석(JOOSUC)의 4집 앨범을 쭉 듣고있었는데 갑자기 허! 하고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가사가 나와버렸다. 다음 글은 4집 Superior Vol.2 - Seoul City's Finest 에 수록된 '이러쿵 저러쿵'의 가사다.


'자 상상해봐 여긴 청담대로 한복판. 눈 앞을 질주하는 포르쉐 까레라 GT
처음엔 부럽다가 점점 속이 꼬여 일단, 앞뒤 사정도 모른 체 까대다 씹지
재벌집 자식이니 (어쩌구 저쩌구), 돈 많은 저 양아치 (이러쿵 저러쿵)
이봐 헷갈리지마 우리나란 자본주의, 어떻게 벌어서 어떻게 쓰던 본인의 결정
그래 물론 돈 많은 부모한테 기대는 무능한 2세 , 나도 재수없어 그런 뺀질거리는 씹새
하지만 그것또한 인생의 자본금, 그러니 쓸데 없는 관심은 모두 다 민폐
평생토록 그런 열등감 가진채 말만 너무 많아 he say, she say
질투빼면 넌 걸어다니는 시체 불만만 늘어놓는 현실도피 Fuck dat!
...
무서운 병균 시기와 질투, 열등감에 빠져서 약해진 몸에 침투
뒷다마 까는게 병의 징후, 점차 위인이 사라져가는 대한민국
노력과 능력은 좌우지간에, 모두가 자기보다 못나기를 바래
이대로 가다간 미래는 없다네, 모두가 거지인 나라에 살길바래?
U kno? (넌 알어?) 쉬운 게임일수록 보람이 없는 법
어렵다 불평할 시간에 U gotta level up
패배자들의 소지품 그건 바로 변명, 입만 살은 놈들이 망하는 건 천명
인터넷 악플러 대부분 정신병 아니라면 애정결핍된 불쌍한 열등분자
아쉬울 게 없는 사람 Never say it
스스로 올라서서 Make a better day yeah'


가끔은 의외의 텍스트에서 놀라운 통찰(!?)을 발견할 때가 있다. 좀 단정짓자면, 주석의 '이러쿵 저러쿵'은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식 자본주의' 혹은 '경쟁' 담론의 종착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단언이 가능한 이유는 , 실제로 주류 미디어나 공석에서 저런 발언을 하는 것이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두가 거지나라에 살길바래?'라는 구절은 2011년의 모든 의제를 관통하는 punch line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주석은 평소의 스타일대로 특유의 자기과시를 했지만, 이것이 정치성을 획득하려는 순간 - 그의 서사는 한 단계 올라가기는 커녕  퇴보해버린 셈이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