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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3 그 놈의 '폭력'시위 1

 선진국의 시위문화?

  전공수업시간중에 한국일보의 필진으로도 입지가 굳은 한 교수님이 촛불시위에 대해 평판을 내리며, '유럽에서는 경찰 패면 총살이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유럽의 시위문화에 대한 논문과 정보들을 수집하면서 동시에 영국에서 유학중인 지인에게 유럽의 시위와 한국의 시위를 비교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돌아온 대답은 이것이었다.

1. 한국시위는 폭력성은 우스운 수준이다.
2. 그에 반해 한국경찰의 진압은 기가막힐 정도이다.

 2006년 프랑스 방리유 사태와 같은 극단적인 시위의 경우에는 경찰을 불구덩이에 집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경찰은 발포를 하거나, 시위자를 죽이지는 않는다. 다만 그 놈들을 두들겨 패서 체포할 뿐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시나병 하나 들고 자갈을 던졌다고 6명을 죽였다. 그래놓고는 '폭력시위를 했으니 당연한 결과'라는 담론이 조성된다. 

 시위를 하면서 경찰들을 심하게 다치게 하고, 주변 상점들을 초토화 시키는 일이 빈번함에도 유럽의 국가들은 매번 시위의 자유성을 보장한다. 낮이든 밤이든 시위를 할 수 있으며, 예상되는 격렬성에 상관없이 집회가 허가된다. 이것은 비단 방리유 사태 뿐만 아니라 수십년 째 이어져 온 통례이다. 보통 규모의 소요 사태에도 방화와 도난, 약탈등이 발생하는 것이 일상인 것이다.

 80년대 영국 파업에서는 늘 쇠파이프와 몽둥이가 등장했다. 서유럽에서는 우리가 보기엔 별거 아닌 것으로 시위를 하면서도, 늘 바리케이트를 치고 불을 지른다. G20 summit 때에도 이런 폭력성은 계속되었다. 차를 가지고 와서 은행의 벽을 박살내기도 하며, 산별노조들의 파업에서는 늘 거리의 유리창이 수십개씩 박살난다. 신기한 것은 그 때마다 유럽경찰은 시민을 보호하는 동시에 시위자도 보호하는 포지션을 취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촛불집회는 같은 소요사태임에도 방화나 약탈이 단 한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공권력은 강력한 노조 시위도 아닌, 비교적 낮은 정도의 과격성에도 불구하고 물대포와 연행진압을 한다. 이것도 문제지만 정작 문제의 본질은 '그런 폭력진압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태도의 비합리성과 전근대성에 있다.(촛불시위를 '폭동'이라고 하는 것도 웃겼다. 메이저 외국 언론매체에 가서 외국의 폭동 영상 한 번 봤으면 한다. 입이 진짜 쩌~억 벌어질 걸.) '시위를 허용하는 게 권리고 민주주의라고? 에라 그럼 폭도들이 다 나라 말아먹으라고?' 수준의 담론은 정반대의 극단적 담론-'이명박은 경찰들을 시켜서 곧 발포할 것이다'라고 예측한 네이버 댓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극단적인 상황을 '창조'해서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시도는 별로 논리적이지도 않고 유용하지도 않다. 

 인식의 '전근대성'

 문제의 핵심은 사람들이 시위의 폭력성을 국가적 창피라고 생각하는 전근대성에 있다. 유럽에서는 데모가 빈번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개쪽이다' '나라망신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그 시위를 자유롭게 보장하는 '피곤한 민주주의'에 대해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몇 명이 쇠파이프 가지고 경찰버스를 부순 것을 가지고 '10만명이 폭력시위를 한다' '광란의 광화문'이라는 담론이 조성된다. 물론, 폭력이 아예 없었으면 가장 이상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페트병 몇 개 던진 것에 대응하여 방패로 여고생 머리를 찍어버린 태도를 보고 자연스럽게 시위는 과격해졌다. 이어 공권력의 비정상적 수행에 대한 논의없이, 극단보수언론들을 통해 촛불시위=폭력시위 라는 프레임이 형성되어 버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유럽에서 경찰패면 총살한다'는 구호는 100% 거짓말이다. 출처도 알 수 없는 불분명한 정보를 가지고 공공연하게 담론을 펼치는 교수님의 태도는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었다. 그의 태도는 한국의 인텔리가 어떠한 사회과학적 현상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전근대의 프레임으로 단편적인 분석을 내놓는다는 것을 나타낸 셈이었다.  

 촛불시위를 어떤 외신도 '쪽팔리고 창피한 운동권들의 광기'라고 소개하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집단광기라는 이름표를 붙여 평가했을 뿐이다. 대부분의 보수 미디어는 아직도 촛불시위가 '아주 쪽팔린 일'이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우리가 창피하게 여겨할 것은 유럽애들이 보기에 우스운 수준의 일부 폭력(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시위 혹은 더 큰 폭력에 대항하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수단적 폭력이 아니라, 70년대 후진국 수준의 진압을 하는 경찰과 행정부의 태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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