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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1 승부조작과 사회안전망

  K리그 승부조작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관여된 선수들이 소환되면서 일단락 된 듯 싶지만, 이것이 겉핥기+겉핡기에 불과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있다. 승부조작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선수 대부분은 생활의 문제 앞에 쉽게 유혹에 흔들릴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있었다. 국가대표로는 선발되지 못해 국제대회 참시 얻을 수 있는 상금이나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함은 물론, 스타급이 아닌 이른 바 B+급 선수들로서 ‘1등이 되지 못한’ 이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프로축구 선수들이 직접적으로 개입된 승부조작은 최초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유럽에서는 사설 배팅업체들의 등장 이후 줄곧 논란이 되어왔던 일이었다. 이탈리아 세리에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유럽 프로리그들이 그 논란의 중심지였다. 빅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연봉을 받는 동유럽 프로 리그의 선수들은 마피아와 도박꾼들의 주 타겟이 되었다. 은퇴를 앞두거나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어두운 판에서 내민 달콤한 요구들을 거절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특히 축구선수의 생명이 30대 중반을 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볼 때, 사회적 안전망이 빈약한 국가의 선수들이 타겟이 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은 승부조작에 관여한 선수들의 비도덕만을 비난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지닌 결함에는 무관심하다. 우리는 흔히 범죄자들을 원색적인 표현들로 그들의 인성을 비난하지만, 정작 그들이 왜 그런 방향의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 흔히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빈민계층이나 차상위계층으로서 이미 사회적 낙오자로 낙인 찍인 상태이다. 즉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이미 불행상태에 있는 이들이 극단적이고 비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여기에서 사회 안전망과 복지, 교육과 같은 테마들이 등장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오히려 ‘개인의 의지’로 얼마든지 일탈행위를 금할 수 있는 것처럼 논의가 진행되고 만다. 따라서 본문과 같은 글은 ‘어떻게 그런 범죄자들을 옹호할 수 있냐!’, ‘그럼 그게 잘했다는 말인가?’와 같은 언어들로 빗겨가 버린다.

  사회학적 성찰이 요구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성범죄가 왜 재개발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는지, 차상위계층의 자녀들이 왜 일탈행위를 하는 횟수가 높은지, 사회적 안전망이 불안정한 국가의 스포츠 선수들이 왜 승부조작에 쉽게 넘어가는가 하는 문제들은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하나의 연결고리 안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가 있느냐!’와 같이 도덕성을 비난하는 표면적인 논의에서 벗어나 ‘왜 그들이 그런 행위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해답과 대안을 찾는 쪽으로 담론들이 형성되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사회 속의 인간은 개인의 의지로 모든 것을 해결 가능한 영웅이나 신이 아니다. 오히려 주변 환경에 압도적으로 영향을 받는 객체들이다. 이것이 승부조작논란이 단순히 당사자에 대한 처벌에서 멈추지 말고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로 발전해야 하는 이유이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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