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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4 비극적 소식이 전해진 오늘 - 노무현 시절을 떠올리다 1
 노무현 재임시절 그에 대해 무력감이 밀려왔던 순간을 기억한다.  이라크파병. FTA 추진. 철저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고수하는 방향을 택했을때. 양극화는 심해졌고, 이것이 초국가적 흐름임을 가만하더라도 서민, 희망, 원칙을 말하던 그가 어떻게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안이 벙벙해지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5년 내내 그에 대한 무력감은 모아지지 않고 분산되었는데, 이는 그가 맞이해야 했던 비상식적 상황 때문이었다. 사상논쟁에서 부터 기득권을 반대편에 둔 채 탄핵소추, 극단보수언론의 공격.

 '노무현이 경제를 망하게 했다': 재임기간 내내 밀어붙였던 조중동의 이 설정의제는 당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헤게모니로까지 확장되었다. 그리고 이 담론을 조성했던 것이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아니라 조중동이었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간단히 말해, 조중동의 '노무현이 경제를 망하게 했다'는 기사들과 거의 엄연한 '사기'다. 조중동은 이전 부터 거시경제발전과 하방침투효과 등을 강조한 개발, 개방, 선택과 집중 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노무현은 그들의 기준에서 훌륭한 업적을 거두었다. 인위적인 경제부양을 한 것도 아닌데도 GDP를 2만 달러에 다다르게 했고, 주가지수를 2000에 오르내리게 했으며, 대형계열사들에게 사상 최대의 이익을 안겼다. 신자유주의 경제원리를 도입했으며, 이는 FTA 추진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이러한 방향은 오히려 조중동이 쾌재를 부르며 찬양했어야 할 내용들이었다. 이 상황은 그가 반대편에 둔 거대 기득권 이해관계를 더욱 명백하게 나타내주었다.

(* 지나가는 말: 만약 노무현이 아니라 한나라당 대통령이었다면 조중동은 5년내내 '2만불 시대 도래!' 혹은 '주가지수2000돌파! 한국 선진국 문턱 들어서나' 이런 부류의 제목들로 지면을 도배했을것이다)   

하지만, 거시경제에서 공을 세운 것과는 별개로, 그는 서민들의 경제를 무너뜨렸다. '선택과 집중', 대기업 중심 정책, 신자유주의적 원리로 정책을 밀어붙였고, 부자들은 배가 더 부르고 서민들은 오히려 더 가난해졌다. 특히 그에게 가졌던 기대치를 감안한다면 대부분의 서민들에게는 철저한 배반이었다. 

"부르주아들이 그를 미워한 건...어찌보면 상당부분 정서상의 문제였습니다.
실질적으로 노무현은 그들에게 이익을 줬을 뿐이고...그들이 더 항구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보수적 시스템을 상식적으로 건설하고 운용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한미 FTA까지 해주는 그를 미워한다는게..사실 우스운 일이었지요." - 이택광 교수의 블로그에서: 한 누리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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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유통기관, 즉 조중동과는 계속 싸웠는데 그 지배 이데올로기의 진짜 주인인 재벌, 특히 그중에도 삼성과는 타협했다." 

 김상조 교수의 이 발언은 그에 대한 비판의 핵심을 찔렀다. 하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가능한 부분을 내포하고 있다. 즉, 그가 내내 시도했던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그는 역사상 가장 후한 평가를 받을 만 한 것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민경제에 대해 분명 책임이 있지만, 정치적 분야에서는 분명 재평가 되어야 할만한 인물이다.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주류사회의 이데올로기, 극단보수적 헤게모니의 비합리성을 수면 위로 끌어내 정면 승부를 한 것은 상상하기 힘든 결단이었다. 감히 이의를 달기도 힘든 검찰, 관료들, 언론을 비롯한 주류사회와 이해관계를 갖는 것을 거부하고, 지나치게 우경화 되어있는 대한민국 기득권 사회의 비합리성에 대해 이런 식의 문제제기를 한 것은 '업적'으로 충분히 다뤄질만하다. 조중동, 극단보수 헤게모니가 주류사회를 장악한 대한민국에서 노무현은 끊임없는 주류사회의 비합리성을 지적했다. 때문에, 그는 임기 내내 거의 '공갈과 협박' 수준의 언론 공격에 시달려야 했으며,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했기 때문에 사회 내에서 그에 대한 반감은 금새 득세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다뤄저야 할지는 모르겟찌만, 대통령씹기가 이렇게 대중화 된 것도 노무현 때에 들어서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 & '개발' & '개방' & '선택과 집중'이라는 방향을 선택함으로써 정작 서민들의 경제적 삶은 더 불행해졌으며, 수많은 서민들의 경제적 파탄에는 그의 책임이 존재한다. 그러나 '서민을 위해'라는 기치 실현을 위해 정치적 분야와 주류사회의 병폐를 개선을 위한 그의 시도는 분명히 존재했고, 이것은 이전 대한민국 권력자에게서는 볼 수 없던 것이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는 문장그대로 인정될만한 사실이다. 특히, 대한민국 사회의 경직성과 그 기반을 감안했을 때, 정치적 부문에서 '개혁과 변화'를 위한 '싸움'을 계속했던 것이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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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도덕적으로 흠집을 남긴 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이지만, 전과 14범도 멀쩡히 대통령 하고, 쿠데타로 헌정파괴하고 수 천억 검은 돈 챙긴 이들을, 기념공원까지  세워주며 기려주는 이 뻔뻔한 나라에서, 목숨을 버리는 이들은 낯이 덜 두꺼운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은 내가 만나본 정치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분이었습니다. 참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흐르네요... " - 진중권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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