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진요 사건을 계기로 네티즌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 타진요가 잘못한 것이 명백한 상황인데 어떻게 네티즌 편을 들 수 있나?

 타진요는 잘못했다. 분명한 사실이다. 잘못된 믿음이 유통되었으며 타블로는 정신적, 물질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타진요 사건에 근거해 ‘인터넷은 무법천지의 장이며, 네티즌들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담론은 상당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 잘못을 저지른 그들을 통제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경찰은 이미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타진요의 주요 멤버 18명에게 불구속 입건과 수배령을 내렸다. 문제는 ‘인터넷’이라는 사건이 발생한 ‘공간’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한 일부 ‘한국 사회’의 주체들이다.

○ 심각한 상황으로 보이는데 네티즌들을 그대로 놔두면 어떡하란 말인가?

 인터넷은 사건이 발생한 ‘장소’일 뿐이고, 단지 이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스크린일 뿐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폭발적으로 문제시 된 것은 언론의 탓이 크다.

○ 타진요 탓이 아니라 언론의 탓이란 말인가?

 한국 언론 환경에서 한 가지 주제가 생산되는 비정상적인 과정 중 하나가, 네티즌이 쓴 글을 언론에서 받아적고(공증, 정확히 말하자면 온라인의 논란거리가 진짜 사람들이 생각해 볼만한 문제라는 걸 공증해준다.) 그것에 대중들이 반응할 때만 비로소 ‘현실적으로 문제’가 된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루머들이 떠돌아다닌다. 예컨대, A군이 악질 뺑소니범임에도 처벌을 받지 않고 버젓이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든가, B양이 스폰서를 통해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다던가. 하지만 포털사이트에 배급되는 메이저 신문사와 오프라인 언론에서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공증)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면에 타블로 사건이 문제가 된 건 오프라인 언론과 TV, 온라인 신문매체가 강하게 주목을 했기 때문이다. 언론이 다루지 않고, 포털사이트 메인에 지속적으로 타블로 의혹 기사가 계속 보급되지 않았다면 이 일은 앞서 제시한 예시들과 그냥 묻혔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루머들은 인터넷 공간 외에서는 그다지 파급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의 영향력은 오프라인 매체와 연동되어 있다. 오프라인 매체에서 침묵하는 한, 인터넷 속의 일은 찻잔 속의 태풍이다. 오프라인 매체에서 그걸 의혹이라고 중요하게 다뤄주니까 그게 ‘문제’가 된 것이다.

 언론은 ‘타진요’가 주장하는 의혹의 실체에 접근하려하기보다는 그대로 받아써 논란을 키우고 한편으론 타블로가 일부러 해명을 안 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시켰다. 기사의 제목은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면서 비리 정치인의 스캔들을 다루는 기사와 같은 구조로 기사를 구성했다. 언론들이 처음부터 MBC 스페셜이 했던 것처럼 타진요가 주장하는 바에 대해 그것이 왜 성립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주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 자명해 보인다. 사실, 그 진위를 가리는 것은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좀 더 자극적인 컨텐츠로 판매부수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스탠포드에 전화를 하거나 취재진을 보내는 대신, ‘의혹’ 혹은 ‘가능성 제기’ 수준에 수렴하는 기사들만 생산해냈다. 결국 이번 타진요 사건의 승리자는 타진요와 타블로 그 누구도 아닌, 조회수를 올려 상당한 광고수익을 얻어낸 언론들이다.

○ 그럼 타진요가 잘못이 없단 말인가?

타진요는 잘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처벌을 받았다. 인터넷 상의 범죄를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는 이미 충분히 잘 마련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현재 나오고 있는 주요 담론들은 언론들의 ‘얠로우 저널리즘’에 대한 언급 없이 바로 인터넷만 공격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 네티즌에 대한 과한 비판이기에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정치적 의도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확대 해석 아닌가?

 사실 불구속 입건 통보를 받은 ‘왓비컴즈’를 비롯한 타진요의 수뇌부 상당수가 외국에 거주하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거나, 미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은 경험자,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이들이었다. 타진요 사건을 ‘법적 기본 개념과 매너도 없는 무식한 유저들의 폭력’이라고 보기에는 난감하다. 즉, 타진요 사건에 루머 생산에 가장 ‘악질적인’ 행위를 한 이들은 중산층 이상의 부르주아지들인데, 이번 사건으로 만약 ‘인터넷 규제 강화’가 된다면 가장 타겟이 될 사람은 정치나 주류사회에 대해 비판을 많이 하게 되는 ‘사회적 비주류’나 ‘중간계급 이하의 약자’들이다.

 인터넷의 악성 루머나 댓글의 폭력성에 대한 제도적 장치, 법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거나 결함이 심하다면 제도를 강화하여 통제의 수위를 올리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한 두 개의 사례로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각 주체들 사이에 발생하는 온라인 상의 명예훼손이나 언어폭력에 대한 처벌은 합당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다.(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때문에 타진요는 결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거나 ‘네티즌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좋은 표본이 될 수 없으며, 그 반대급부(정당정치 내에서 부적절하게 이용될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이 주장이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보여진다.

○ 아직 동감하지 못하겠다. 잘못을 저지른 이를 통제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다른 사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비교를 하자면, 수백, 수천명의 유저들이 몇 년 전부터 지속으로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란이나 그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이명박 대통령이나 측근 정치인들을 비방하는 글들을 지속적으로 남기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사실상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타진요가 사용했던 언어보다 더 폭력적이고 노골적이지만 누구도 그런 소통의 방식을 마련해주는 인터넷이라는 포맷 자체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서 살펴보면 ‘타진요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인터넷에 강한 철퇴가 필요하다’는 식의 논법은  부적절해 보인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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