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꼼수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2.22 1. FTA의 기본 개념 - (3) 노무현은 왜 FTA를 시작했는가
  2. 2011.10.31 진중권vs나꼼수 논란 정리 17
 노무현 대통령을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심정은 알겠지만, 확실하게 하고 넘어갈 것이 있다. 모든 것은 노무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명박에게 <747>이 있다면, 노무현에게는 <비전2030>이 있었다.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개방 확대의 목적으로 한 신자유주의 청사진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국제자유구역, 민영화, 금융허브화 그리고 이와 함께 FTA가 추진되었다. 


노무현의 FTA는 이명박의 FTA와 다르지 않다

당시 추진된 FTA는 현재 이명박 정부의 FTA와 
사실상 차이가 없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보조항과 ISD는 이미 참여정부 시절에 시작된 것이다. 친노 정서가 강한 많은네티즌들은 이를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사실 자동차 부문에서의 관세 양보를 조금 더 한 것만 다르고 기본 성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과연 다른가? (2011, 10,29 미디어오늘)
   이명박 정부의 추가 협상 결과 설명 자료 (2011.2.10, 외교통상부) 


 더불어 혹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의 주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시작되었다'라는 주장은 사실관계와 어긋난다. FTA는 전적으로 참여정부의 짝사랑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희망과 달리 미국 통상당국은 한미 FTA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아시아와의 경제협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공식 채널이라는 미국의 기본 입장만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칠레와 타결한 협정에 대한 국회 비준이 지연되고 있었고, 이로 인해 FTA 추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미국 측은 이해했을 것이다. 
                                                           (외교통상부 브리핑- 사자에겐 더 넓은 들판이 필요합니다, 2006)

  노무현을 좋아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어째서 미국은 노무현의 FTA는 질질 끌었는가? 그리고 왜 이명박의 FTA는 순식간에 통과시켰는가? 노무현의 FTA는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 외통부 자료에도 나와있듯 우리나라의 '대내 협상력'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불안요소였다. 다급해진 노무현이 미리 내세운 4대 선결조건(의약품, 자동차, 쇠고기, 스크린쿼터)에 대해 영화인들과 농민들의 반발이 매우 거세지자 갈팡질팡 못하는 정부의 태도는 미국 정부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대내 협상력의 부재는 협상 발효 이후에 제대로 실행이 되지 못할 위험성을 수반한다. 덧붙여 이명박 정부의 FTA가 순식간에 통과된 것은 미국에게 유리한 내용이 갑자기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미FTA라는 이슈를 통해 지속적인 지지를 얻으려는 필요성에 의한 것이었다. 쇠락한 자동차 산업지인 디트로이트의 야구팀 뉴에라 모자를 쓰고 오바마와 함께 의회 강단에 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여정부, FTA를 강력추진하다.

   한국에서 FTA라는 개념의 국제통상무역이 추진된 것은 2003년의 일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노선을 택했던 노무현 정부는 당시 중국으로부터 뒤쫓기고 있었던 한국의 상황을 해결해 줄 대안이 FTA라고 판단했다. 2004년 4월 1일 칠레와의 FTA가 공식 발효되었다. 이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싱가포르, ASEAN과의 FTA를 체결하였다. 그리고 2006년 본격적으로 미국과의 FTA 협상에 들어갔다. 2006년 3월 부터 1년여 동안 8차례에 걸친 공식협상 끝에 한미FTA의 기본 내용이 확정되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후발개도국과 기술 우위에 있는 선진국 사이에서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다고 판단했다. 개방과 시장화를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 당시 청와대 경제비서실장이었던 정태인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 내가 대통령한테 2월 26일날 들어가서 한미 FTA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대통령의 첫 질문이 그거였어요. "중국이 한국을 따라오는데 얼마나 걸리냐," 이건 중국 위협론이 굉장히 대통령을 사로잡고, ‘난 그것 때문에 한미 FTA를 한다’라고 적어도 그 때는 확신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래서 내가 "최소한 10년 걸립니다" 했더니, '아니다 훨씬 빠르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

  다른 요인도 존재한다. 당시 청와대 정책 수석이었던 이정우 박사는 참여정부의 FTA 추진에 대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당시 불경기 탓에 저성장이 오래 지속됐고, 보수 언론이 참여 정부를 반미라고 공격했기 때문에 (FTA가) 여러가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방안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노무현과 신자유주의
 

  실제로 노무현은 FTA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자신이 없느냐?' 또는 '노동자와 농민들의 이기주의가 문제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발언이 가능했던 이유는 대한민국을 더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한 그의 방법론이 과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FTA의 핵심 동기는 참여정부와 현 정부가 지닌 '신자유주의 경제관'이다.  혹자는 "노 정권이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요시하여 경제를 망친다."고 비난하지만, 실제 노 정권이 소득 재분배를 위해 한 일은 거의 없다. 노무현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노선을 택했기 때문이다. 노 정권의 정책을 보면 규제 완화, 민영화, 자본 시장 개방, 외국 자본에 대한 우대, 법인세 감면,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로 인해 청년 실업과 고용 불안정이 더 가속화 되고, 중소기업들의 부실화가 지속되었고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반면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은 참여정부 내내 호황을 누렸다.   

 결국 FTA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신화에 대한 일종의 배격이 필요하다. 이명박을 악마화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노무현은 갑자기 천사화 되고 있지만,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슈 - 민영화, 고용불안정, FTA, 영리병원은 모두 참여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다. 그를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것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을 지나치게 고평가하고 방어하려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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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꼼수다>가 지닌 영향력은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대놓고 '반 MB'를 내세운 이 인터넷방송이 히트를 치자 이명박 지지자들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정제원의 발언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 나꼼수에 대한 기성정당의 비판은 철저히 정치공학적이며 영양가 없는 비난에 불과했다. 누구도 공감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잠수함 속의 토끼' 진중권이 입을 열었다.

  진중권은 이미 나꼼수 17화에서 곽노현 교육감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바 있었다. 실제로, 17회에서 19회에 이르기까지 김어준은 이전 편의 '구체적인 팩트에 의한 이해관계의 폭로'와는 다르게 다소 온정주의적으로 접근했다. 노무현이나 한명숙이 당했던 표적 수사와는 명백한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곽노현 사건을 이와 엮어서 그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진중권이 오마이뉴스에 기재한 '곽노현 거울에 비친 진보의 일그러진 초상'은 이 상황을 가장 완벽하게 정리한 텍스트이며, 나꼼수가 사용한 온정주의적 프레임의 오류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덧붙여 <나꼼수>를 '닭장속에 닭'에 비유하며 대중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의 시작

  본격적인 문제는 10월 29일 나꼼수 콘서트를 관람하고 온 관객들이 '에리카 김과 이명박 대통령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는 글을 올린 직후에 시작되었다. 실제로 콘서트에서 주진우 기자는 '(그분과 나는) 부적절한 관계였다'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는 에리카 김의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또한 김용민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자확인과 관련해 '눈 찢어진 아이를 데려오겠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 날 밤부터 모든 포털사이트에는 인기 검색어에는 '눈 찢어진 아이'와 '에리카 김'이 랭크되었다. 진중권은 이를 '외설적이며 폭력적이다'라고 판단하면서 트위터에 글을 올렸고, 많은 팔로워들이 이에 반박하고, 관련 기사가 나오면서 파장은 커졌다.


진중권의 주장 - 폭력적이며 외설적이다

  진 씨는 30일 한 트위터리안이 “(나는 꼼수다의) ‘눈 찢어진 아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너저분한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야담과 실화. 저열하고 비열한 공격. 언젠가 똑같이 당할 것.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공격, 도대체 뭘 위한건지"라고 비판한 것이다.  진씨는 또 "주진우의 저질 폭로가 '팩트'라면 아무 문제 없다고 버젓이 말하는 저 정신상태가 황당하다"고 비판하고 "한껏 들떠서 정신줄 놓고 막장까지 간거다. 저럴 것 같아서 내가 미리 경고했거늘... 포르노라는게 원래 노출 수위를 계속 높여야 한다"며 "주진우, 정봉주는 사실을 만진다. 그건 개그가 더 이상 개그가 아닌 순간이 존재한다는 얘기"라고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미디어 오늘, 2011.10.31)

  진중권의 의견을 가장 잘 정리한 텍스트이다. 이와 더불어 진중권은 “눈찢어진 아이는 BBK와 전혀 관련이 없죠. 에리카킴과의 관계 역시 본질과 아무 관계 없어요. 핵심은 (1) 실소유주가 누구냐, (2) 주가조작에 관여했느냐인데, 그건 에리카킴과 염문을 갖느냐 마느냐와는 논리적으로 독립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대중들의 분노 - 순기능을 모조리 무시했다

  폭압적인 언론 장악 행태(정권이 임명 방송사 사정들의 비판 차단, 진보 인사들 공중파 하차 강압 의혹, 방통위의 검열기관화)에 지리멸리함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던 대중들에게 <나꼼수>는 정말 속시원하고 신선한 포멧이었다. 특히 사실성에 기반한 주진우의 취재 일기는 프로그램의 질을 상승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진중권은 특유의 냉소적 논법으로 모든 패널들을 비판했다. '너절리즘'이라고 주진우를 비꼬고, '정봉주 의원은 결정적 한방이 없으니 사생활 잡기로 들어간다'라고 글을 올렸다.

  나꼼수의 지지자들은 분노했다. 정권의 폭압적 언론 행정 밑에서, 단비와 같았던 <나꼼수>에게 어떻게 이렇게 강력하고 노골적인 언어로 비난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 동안 극우언론들에게 어떻게 당하고 살았는데, 이에 반대에서 노력한 나꼼수에게 어떻게 이럴수 있냐', '조중동이 더 심하게 할 때는 가만히 있고 왜 이럴 때 나서서 논란 만드냐'가 공통적인 심리이다. 나꼼수의 순기능을 외면한 채 역기능에만 깔대기를 대고 있다는 것이다.  


<나꼼수>가 제2의 아고라가 되지 않기 위해서

  다음 아고라는 한 때 공론장에 가장 근접했던 커뮤니티 중 하나였다.(적어도 내 기억에는) 하지만 2008년 6월 이후 급격히 늘어난 유저들 대부분이 '반MB 정서'를 기반으로 모든 상황을 해석해 버리는 데에서 이 커뮤니티의 몰락은 시작되었다. 노무현, 야당, MBC, 서민(선) - (악) 이명박, 한나라당, 조중동, 기득권 이라는 아고라식 프레임은 그들의 지배적 담론이 되었다. 노무현의 신자유주의 행위를 외면하고 그를 천사화 했으며, 야당과 유시민, 김대중은 무조건적으로 옹호되었다. 이러한 아고라식 선악구도는 현실 정치를 설명하는 데 별로 유용하지도 못했으며, 사실관계마저 흐트려 버렸다. 영향력은 한정적이었고, 새로운 논의 없이 과거의 것이 반복되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한 때 다중지성과 촛불의 1등 공신으로 여겨졌던 아고라를 네이버 댓글이나 정사갤과 다름없이 여기게 되었다.

  <나꼼수>가 배워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이다. 다음아고라의 단정적인 면은 나꼼수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동안의 맥락을 고려할 때 콘서트 발언은 선정적이었고, 대중들은 이를 외설적으로 소비했으며, 그것이 '반MB 정서'를 통해 정당화 되었다. 이것이 아고라식 프레임이 나꼼수와 지닌 치명적인 유사점이다. '이것이 애초의 프로그램 포멧이다!'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이미 나꼼수는 쇼가 아닌 막강한 정치평론이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특히, 그것을 쇼가 아닌 진리로서 소비하는 대중들이 이것을 '원래 그런 프로 아니냐'고 대답을 해버린다면 스스로 자멸하는 꼴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상황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혹은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아래의 텍스트가 훌륭한 참고가 되어준다. 문화 평론가 이택광이 나꼼수 논란에 대해 남긴 트윗이다.
 


진중권의 몇 가지 자승자박

  하지만 진중권의 주장 역시 몇 가지 극복해야 할 문제는 남아있다. 진중권은 <나꼼수>가 '팩트와 픽션을 넘나들어 위험하다'라고 판단했지만, 사실 나꼼수 진행의 바탕이 되는 정보들은 정확한 편이다. 특히 주진우가 제공하는 취재 일기의 순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진중권이 17회 말고는 나꼼수를 들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단정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중들의 수용방식에만 집중을 하고 그 원본 텍스트에 대해서는 정보가 전무한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윤형이나 허지웅의 나꼼수에 대한 비판이 '과연 그 방송을 제대로 들어보고 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 맥락이다. 거시적인 기존 담론의 틀을 맞추기 위해서 하나의 상황을 전체화했다는 비판이 가능한 부분이다.  

  덧붙여 진중권은 주진우에 대해 "저질 폭로가 팩트라면 아무 문제 없다고 버젓이 말하는 저 정신상태가 황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바로 당장 진중권이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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