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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굴개굴 국개론

비아냥 2011. 1. 16. 07:27

  인터넷을 지배하는 반이명박 정서는 '국개론'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민주항쟁으로 민주적 투표절차를 마련해 놨더니 노태우를 뽑고, 가난한 주제에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하청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주제에 삼성에게 애국심을 느끼는 국민들은 무지몽매한 존재로서 '계몽'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프레임은 아주 매력적이다. 복잡한 현실의 문제들은 쉽고 단정적인 맥락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개론'의 매력은 정치에 대한 모멸감과 분노를 해소시키는 데 용이하다는 데에서 더욱 강력해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개론은 현실에서 그 어떠한 의미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다시말해 어떠한 대안이나 지향성을 발견하지 못할 뿐더러, 전혀 한국사회의 핵심을 건드리지도 못하는 것이 바로 '국개론'이다. 언뜻보면 '캬!~'하고 마음 속 응어리를 해소해주기는 하지만 사실 그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다. ㅇㅇ

   필연적으로 개인은 사회구조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멍청한 짓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가 무식하고 바퀴벌레만도 못한' 태생적 탓이 아니라, 미디어와 사회제도의 영향으로 인해 그럴 수 밖에 없는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80년대 이후 정치권력보다 더 강한 힘을 갖게 된 대형 보수 미디어를 비롯한 한국사회의 기득권들은 지속적으로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제도적인 감성'들을 보급해왔다. 일반 대중들이 접하는 대부분의 채널에서는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내용의 정보들로만 채워져있다. 어려서부터 지속적으로 이러한 담론들에만노출되어왔던 국민들로써는 당연히 정치에 대해 '불합리한 행동'(민주항쟁으로 민주적 투표절차를 마련해 놨더니 노태우를 뽑고, 가난한 주제에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하청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주제에 삼성에게 애국심을 느끼는)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개론은 이러한 '무지'한 국민들을 욕하는 것을 통해 사회문제의 근원을 찾고자 하지만, 정작 그들이 왜 '무지'하게 됐는지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답은 전혀 제공해주지 못한다. 최근 소셜네트워크들을 통해 재생산되고 있는 '국개론'이 20년전 강준만이 주장한 '언론개혁이 제일 큰 문제'라는 주장보다 더욱 후진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라리 '국민들을 세뇌시킨 조중동이 문제이므로 언론개혁운동을 해야한다!'라는 논법이 훨씬 나아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국개론'이 아고라식 선악구도: '노무현, 야당, MBC, 서민(선) - (악) 이명박, 한나라당, 조중동, 기득권'과 만났을 때 만들어내는 '억압'이다. 최장집은 현대 한국의 정당정치의 문제가 유권자와 대표되지 못한 정치세력의 '균열'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기존의 보수정당내에서만 뺑뺑이를 돌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떠한 변화도 이루어지지 않으며 반복적으로 실망하게 된 대중들은 정치에 대한 환멸감만 늘게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개론은 '이래서 한국사람은 안되 쯧쯧', '어차피 뭘 해도 안바뀌는데',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식의 정치적 무관심과 환멸과 같은 맥락에 있다.

  실제로 국개론을 내세우는 네티즌 대부분은 아고라식 선악구도에 강하게 동의한다. 하지만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정책적 지향점은 신자유주의라는 같은 토대위에서 마련되었으며,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하청업체들과 서민들의 경제적 파탄이 빈번했다. 국개론과 아고라식 선악구도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부정되며 '이명박은 나쁜놈'+'그걸 뽑은 국민들은 개새끼'라는 레토릭만 강화된다. 그리고 결국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ㅇㅇ  

  국개론은 그것이 내포한 기본적인 문제제기 : 어째서 국민들이 개같은 짓을 반복하는가?에 대해 어떠한 답도 말해주지 못한다. 이 무식하고 멍청한 국민들을 '계몽'해야하는데 그 계몽의 수단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걸 담'론'으로 봐야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저 '대한민국 국민들은 멍청하다. 암울하다. 병신들'이라는 자괴감만 반복될 뿐이다. 때문에 국개론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 2008년 6월 이후 '다음 아고라'의 종말의 재목격인 셈이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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