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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30 1. FTA의 기본 개념 - (2) FTA의 추진 목적 1

 이 글은 KIEP에서 퍼낸 『FTA 효과 극대화를 위한 국내대책 및 구조조정정책 방향』, 외교통상부의 브리핑 자료ㆍ인터뷰 내용, FTA 로드맵 시작과 추진에 참여한 참여정부와 현 정부 관료들의 기고문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정부가 밝히는 효과와 추진 목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거대한 미국 시장에 수출 증가

  WTO 가입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수출증대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하여 성장하여 왔다. 경제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도 무역과 해외투자 등 해외부문에 의지했으며, 이로 인해 대외지향적인 경제 구조를 갖게 되었다. 참여정부와 현 정부는 수출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경제규모를 키워가면서 정부재정도 늘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의 FTA라고 판단했다. 주요 교역국이 여타 국가와 먼저 FTA를 체결한다면 우리 상품은 고관세 적용에 따른 가격경쟁력의 저하로 점차 그 시장을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우리가 먼저 FTA를 체결한다면 체결하지 않은 다른 국가에 비해 미국에 더 적은 비용으로 물건을 수출하고, 더 적은 규제를 받으며 서비스가 진출할 수 있다. 이것이 전통적 자유무역이론에 등장하는 무역전환효과이다. 한마디로 관세가 사라지고 통상마찰이 줄어 수출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FTA의 기본 철학은 무역장벽 철폐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비교우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전통적인 자유무역이론에 기반한다. 즉, 한국과 미국은 서로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에 생산과 수출을 특화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2) 경제 구조의 선진화

  외교통상부의 다음 설명은 두 번째 주장의 핵심 근거가 된다.

‘정부는 “동시다발적 FTA 추진전략을 바탕으로 FTA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상품분야에서의 관세철폐 뿐만 아니라, 서비스, 투자,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기술표준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FTA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시장주의ㆍ경제자유주의 모델에 가장 근접한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가장 자본주의화된 미국의 시스템을 한국에 적용함으로써, 한국이 세계 선진국 표준의 체계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내시장을 해외경쟁에 직면케 함으로써 완전한 시장개방에 앞서서 국내시장을 해외경쟁에 노출시켜 세계적 무역자유화에 대한 적응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고 외교통상부는 밝히고 있다. 정리하자면, 구조의 개선 제도의 선진화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선진국인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로 완전히 도약하기 위한 시도이다.

3) 미국 상품 가격이 내려간다 - 소비자 후생의 증가

  한국 경제관련부처들은 FTA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몇 차례에 걸쳐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FTA의 효과를 설명한 단행본들을 출간했다. 일반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효과를 미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정부는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더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의류ㆍ육류ㆍ과일ㆍ자동차ㆍ가방 등 공산품의 가격이 내려가고, 우편서비스ㆍ법률서비스 등 공공성이 강하던 분야를 시장화ㆍ민영화시킴으로써 민간사업자 진출이 확대되고 경쟁의 심화되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을 구체적인 예시로 든다. ‘한미 FTA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라는 슬로건은 이를 한 마디로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 외교통상부는 FTA 구체적 내용 중 하나인 규제완화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 증가되고, 해외 기업의 한국 진출이 늘어남으로써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이고 있다.  이대로 이루어진다면 매우 기쁜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반대를 하고 난리일까?

왜 의견이 다를까? - '구체적인 가정'

  단순히 반이명박 정서(아고라식 프레임)나 괴담 탓이라고 하기엔 FTA 반대 담론들은 체계화되어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WTO 가입 이후 점차 쇠락해져서 한 해 12조원이 넘는 정부지원을 받아도 겨우 산 송장으로 유지되고 있는 농업이나 '세계화병', '금융 개방'의 폐해로 인해 경제적으로 위태로워진 서민들의 삶 - 이것을 유발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러한 반대 담론의 전신이다. 

   전문가들 간의 의견 대립은 일반 대중으로서는 매우 난감한 일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정부가 사기를 친다' 또는 '정부가 국민을 망하게 할리가 있냐!', '이해관계가 있는 대기업만 배불리는 일이다!', 'FTA 반대는 나라를 망하게 하려는 종북좌익의 계략이다!' 식의 정치공학적 논법으로 FTA를 환원시키려한다. 하지만 이런 단정적 접근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사실 하나의 경제현상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IMF 수준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FTA의 파괴력과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그 목소리가 더욱 큰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다시 말해, FTA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까닭은 기본적으로 경제학자들마다, 경제학파들마다, 경제관련 기관들마다 지향성과 분석 방식이 명백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학파, 오스트리아 학파, 포스트 케인즈 주의자 혹은 워성틴 컨센서스의 시각 혹은 스티글리츠나 장하준 -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같은 내용이 완전히 다르게 분석되기도 한다. 하나의 협정문을 두고도 여러 분석이 난무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여기에 있다. 완전한 시장자유를 옹호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현재의 자본주의가 극단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과 공공성을 늘리자는 쪽이 있다. 개방을 하면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의견과 여기서 더 개방을 하면 소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무너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한다.

  결국 FTA 체결에 따른 경제적 효과 혹은 부작용에 대한 판단은 이론적 분석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가정’이 등장한다. 실증적인 효과분석을 하기 위해서 현재 국내의 경제 환경, 상대국인 미국의 경제력, 기타 외부환경 등 다른 요소를 종합하여, FTA 내용 하나하나가 어떤 식으로 한국 사회에서 나타날지 - 구체적인 가정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구체적인 가정을 하는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라고 주장할 것이고, 회의론자들은 미국의 경제적 제국주의와 한국의 극단적 신자유주의 철학으로 인해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양피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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